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인물포커스

  • 시민기자
  • 인물포커스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
대원사 원광스님 이야기
시민기자 서상경

포천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되던 지난 4월에 양문리 마을 벽화사업 현장에는 스님 한 분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유명 작가들이 참여했던 벽화사업이었기에 유독 눈에 띄었다. 너무나 그림에 집중하고 있어서 당시에는 말을 붙여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벽화사업을 주도했던 김야천 대표작가의 말에 의하면 그림에 상당한 내공을 가진 분이라 했다.

그러한 궁금증에 스님이 지내고 계신 대원사를 직접 찾았다. 대원사는 신북면 만세교리의 산기슭에 자리 잡은 작고 아담한 사찰이다. 절의 중심에 대웅전 격인 무량수전이 있고 관음전, 산신각, 요사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사찰을 지키고 있는 마당에서 아직 수행이 덜 된 강아지 두 마리가 요란하게 손님을 맞는 바람에 스님이 인기척을 느끼고 나왔다.


 <양문리 벽화사업에 참여했던 원광스님>

- 어떻게 양문리 벽화사업에 참여했는지 궁금합니다.

- 제가 잘 하지는 못해도 불화를 전공해서 조금 소질이 있는 토대로 같이 참여를 하게 되었죠. 원래 고향이 송우리예요. 거기서 오래 살다 보니 마을 이장도 하고 그림으로 여러 활동을 하곤 했는데 또 어떻게 야천 선생님과 인연이 되었네요.

- 이렇게 속세에 많은 인연이 있었는데 어떻게 스님이 되셨어요?

- 서예 공부를 하면서 인연이 닿았어요. 글씨를 배우던 중 전시회를 할 때 글씨 하나를 쓰게 되었는데 그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였죠. 그 글씨가 너무 마음에 드는 거예요. ‘세상에 모든 일은 다 나의 마음먹기에 달렸느니’라는 뜻이잖아요. 그때 세필을 금강경, 반야심경 등으로 쓰고 했는데 내용이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한순간에 갈 길이 이쪽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죠. 내 마음의 주체성을 알려고 불교 경전에도 심취하게 되었고 그래서 불성의 길을 찾아 들어오게 되었죠.


<대원사 무량수전>

물론 사찰을 세우기까지도 사연이 많았다. 선원에 들어가서 4년 동안 공부를 하고 불교대학에서는 불화를 전공했다. 불교에 입문하면서 지금까지 부처님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오직 하나, 마음을 얘기했다고 본다. 불교 화엄경 구절에 약인욕료지 삼세일체불 응관법계성 일체유심조(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라는 사구게가 있다. ‘만일 사람이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을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법계의 성품인 모든 것이 마음에서 지어진 것임을 알 것이다’라는 뜻이다. 또 부처님의 말씀에 ‘내가 성불 자리에 있는 것이 마음 하나 의지해서 왔음이다’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인간이 마음을 잘 쓰면 지옥에 가서도 극락이요 극락에 가서도 지옥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아담한 대원사>

-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 부처님 예불도 하고 사찰 주변 환경도 보살피고 체력관리를 위해서 밤에는 조기축구회에도 나가요. 또 손재주가 조금 있다 보니 사찰에 필요한 이것저것 만들기도 하고 바쁘게 지내죠.

- 가족들도 계시겠군요?

- 연로하신 어머님이 계시죠. 아버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시고 속세에 인연이 깊어서 항상 그리움과 미안함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 애환이 있잖아요.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친구들도 이제 연락도 하고 운동도 하고 지내니 어떻게 수행하고 보이는지가 문제지.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되는 것 같아요.


<즉석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꺼내 그림을 그리다>

-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하셨나 봅니다.

- 아버지가 이름 없는 화가셨어요. 아버지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다 보니까 그림을 포기하신 거예요. 저도 그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가 가끔 그림을 그리면 남들이 그러더라고요. 어째 잘 한다, 그림이 일취월장하다고. 앉으면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버님 생전에 금강경 병풍을 그렸는데 ‘그림을 잘 그리는구나’ 하셨죠. 그분은 군대에서 부대원들이 제대를 하면 도맡아서 추억록을 모두 그려주곤 하셨대요.

- 불교에서는 그림을 탱화라고 하잖아요. 주로 어떤 그림을 그리세요?

- 불교대학에서는 단청 그림도 그리고 보살님 찾아오면 아미타도 그려 드리고 불화에 접해있는 그림을 주로 그리죠. 전시도 두어 번 했고 그림만 할 수 없으니 간단간단하게 할 수 있는 거. 부채그림도 그리고 글씨를 써주기도 하고. 그래서 일명 휴지 작가라고 하죠.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 전에 두루마리 휴지나 네프킨에 난(蘭) 그림을 그리곤 하는데 그 바람에 휴지 작가가 된 거예요. 낙서식으로 그린 건데 식당 운영하는 분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휴지 그림 그리기>

그러면서 즉석에서 휴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두루마리 휴지를 펴놓고 작은 펜으로 쓱쓱 쓱쓱하니 대나무가 완성되었다. 대를 그리고 잎도 그리고 그 옆에 글씨 하나를 새겼다. 재보만고건선무용(財寶萬古健先無用) - 예로부터 재물과 보물이 세상에 비길 데가 없으나 건강을 잃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뜻. 그리고는 그림 도장을 찍으면 완성되겠다고 했더니 빨간펜으로 또 다시 쓱쓱~ 그리하여 낙관을 완성했다. 채 5분도 걸리지 않은 두루마리 휴지에 그린 그림과 글씨라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그게 정말 값어치 있게 느껴졌다.


<휴지 그림>

- 이런 많은 재주를 가지고 계신데 불교에 입문하신 게 더 궁금해지네요.

- 항상 그런 거예요. 부부 사이도 전생에 원수지간이 현생에서 다시 만나는데 이를 우리는 천생연분이라 하잖아요. 그래서 부부 사이는 서로 손님으로 모시라는 말이 있어요. 하물며 모든 사람이 인연은 때가 되면 다시 이어지는 거예요. 속세의 많은 인연을 두고 부처님 안으로 들어오니 또 다른 인연들이 있어요. 기자님도 이렇게 해서 만난 거잖아요. 인연은 모두 그물망처럼 모두 걸려 있어요. 이 사람 저 사람이 전혀 상관없는 것 같지만 때가 되면 다 만나게 되니 그게 한 몸인 거죠.

제망찰해(帝網刹海)라는 말이 있다. 제망이란 제석천의 그물이란 뜻이고 찰해란 육지와 바다 즉 우주의 삼라만상을 말하는 것이니 인간의 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지만 우주 삼라만상이 서로 연결된다. 저 사람하고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해도 그물망에 모두 들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라고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법. 조기축구회에서 선후배 사이에서는 야, 너 할 수도 있는데 같이 운동을 하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간다는 원광스님이다. 나를 위해서 같이 운동을 해 주니까. 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야, 너 해도 내 귀에는 원광스님! 하는 말로 들리니까 그것이 마음의 작용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OPEN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목록보기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평가 4명 / 평균 0.3
의견글 작성
의견글을 작성해 주세요.
최대 500자 / 현재 0자
  • 계산하여 답을 쓰세요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 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할 수 있습니다.
뒤로가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