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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을에 행복한 이야기
2022-04-08 조회수 : 3223

시민기자 박광복

 

ⓒ시민기자 박광복

관인면 (문화마을) 탄동리 시인의 집(탄동1길 9)을 찾아가는 설렘은 봄볕에 나온 아기 병아리 마냥 떨림이 있다. 오랫동안 지켜온 문패가 달린 시인의 집 현관을 '똑똑 노크'하니 예사롭지 않은 어르신이 초점 잃은 시선으로 밝은 미소를 보여주며 어서 와라 손짓한다.

시인의 집은 정리정돈 잘 된 작품들로 채워 졌을 것이라는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소싯적 외가에서 본 듯한 어지러움이 가득하다. 어둠 침침한 조명이며 곰팡내가 집안을 채웠다. 그러나 둘러보면 문학관을 찾아온 듯 서예작품과 시로 가득 찬 공간이 잔잔한 감동으로 닿아온다.

꿈 많은 소년이 첫발을 디뎌 대학에 들어설 때의 벅찬 감동을 느껴 본 순간과 비슷하지 않을까. 파울 첼란의 시에 담긴 이야기를 충격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시민기자 박광복

살면서 가끔은 겪는 삶의 덧없음과 허탈감에 쌓이게 된다. 타인과 절친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는 경험은 매번 힘들고 극복하기도 쉽지않다. 그리고 원망할 상대도 없고, 오롯이 가슴에 상처로 남거나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거나 아니면 방향을 조정하여 계속해야 한다. 그것이 힘들면 문학 공간에 나를 붙여 놓으므로 치유될 수도 있다. 문학의 힘이다.

이 시인의 집 공간이 놀랍다. 부부만이 오롯이 영원히 살 수 있는 공간을 본 기억이 없다. 추억과 사랑이 넘치는 공간이다. 때 묻지 않은 예술 작품이 가득하다.

ⓒ시민기자 박광복

문학은 감정의 언어로 표현한 행위이다. 시 또한 함축된 언어의 글로 사람을 정화 시키고 즐겁게 한다. 서예는 일제강점기 때 서도(書道)라 칭해졌었다. 일제의 잔재를 지워버리자는 의미에서 서예(書藝)라는 단어가 지금은 일반화되었다.

최정자 시인의 부군이신 윤효준님의 서예는 국전에서도 인정받은 훌륭한 글씨체이다. 그분에 서예는 인생과 닮아 힘이 있다. "전철예타면제" 광화문 시위 때 첫 번째로 투병 중에 삭발하시는 투혼을 보이셨다. 투병 중에 삭발은 독감으로 건강이 악화되고 예비 타당성 면제라는 기쁜 소식도 듣지 못하고 운명하셨다.

전철 7호선 숙원사업은 노인회 포천지회장 역임하실 때 앞장서서 이루어 내셨다. 그 어른에 필체는 소원을 이뤄내는 효력이 있는 붓글씨 아닐까. 포천에 보물로 간직되어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치가 충분하다.

ⓒ시민기자 박광복

최정자 시인의 대표작은 ‘고남산 정기 받아’, ‘흔적’, ‘한탄강’ 등이 있다. 그 외에 ‘조국을 위해 산화하신 님이여’ 등 다수 이며 최 근대 작(作)으로 ‘내 마음의 고향 서예마을’ 작품이 있다.

시인은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셨다. 지금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창작활동을 하고 계신다. 부군에 정신과 작품을 소중하게 보존되고 알리려는 지고지순(至高至純)은 현대인이 배워야 할 덕목이다.

ⓒ시민기자 박광복

시인과의 문답은 놀랍고 즐거운 데이트 였다.


Q: 두 분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A: 남편은 황해도 사리원에서 출생하고, 나는 해주에서 태어났어요. 시댁과 친정이 모두 사업도 하는 부유한 가정이었어요. 공산당의 억압을 피해 남으로 올 수밖에 없었어요. 남편은 4남 2녀의 장남이고, 나도 3남 1녀의 장녀였답니다. 남편 친구의 소개로 '63년 6월 29일에 결혼했어요.

제 남편은 약혼하고 ‘60년 9월에 군대를 갔어요. 군번도 기억해요. 10764853입니다. 내가 그분을 더 사랑했나 봐요. 종이가 없어서 봉투에 편지도 쓰곤 했어요. 제대하고 이렇게 묶어서 아직도 간직하고 있어요. 두툼하고 바랜 편지 묶음을 보여주셨고 내용도 달달하고 애뜻해서 자식들한테 남겨주시라고 하니 부끄럽다고 하신다.

 

Q: 다툼도 없었지요?

A: 우리집 영감은 무조건 내 편이였어요. 나 혼자 궁시렁거리다 말았어요. 늘 바쁘셨어요. 지금도 생각나는걸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價置)를 위해 노력하고, 성취하려는 욕망이 있다. 어쩌면 두 분은 늘 봉사하고, 깨어 있으려고 무단히도 노력하셨던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사별 후 남아 있는 한 분이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잊혀지지 않게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여전히 하고 계신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문학적 가치도 충분하다. 관인면의 문화마을에 보물로 보존하고 전시해야 된다고 본다. 문화에 가치는 돈으로 계산할 수 있을까...

 

Q: 인생에 가장 뜻깊은 기억은 무엇이 있을까요?

A: 만세운동 기념비를 관인면에 세우고 제가 직접 시 낭송했을 때. 서예마을에 시비를 세웠을 때 영광된 기억이 있어요. 두 행사 모두 서예마을에서 도움을 주셔서 잊을 수 없어요.

ⓒ시민기자 박광복

포천시와 문인협회 그리고 관인면은 두 분에 삶과 예술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시인의 자택을 정돈된 모습으로 보관되고, 학습의 교실로 이용될 수 있도록 큰 관심을 갖길 원한다. 사람이 아름다운 관인면에 문화의 꽃이 활짝 펴서 문화의 열매를누구나 누리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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