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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면 가재울 포도농원 방문기
2021-08-27 조회수 : 3187
시민기자 변영숙


ⓒ시민기자 변영숙

가산면의 포도 농가 취재를 위해 가산면 ‘가재울포도농원’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우금저수지를 지나면서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 펼쳐졌다. 공장 건물도 별로 없고 야트막한 산들과 농작물들이 익어가는 들판이 풍요롭게 넘실거렸다. 이번에는 꽤 넓은 낚시터를 지나고 주변에는 야산과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만 눈에 띄는데도 약속 장소는 아직 도착 전이다. 그런데 아뿔싸. 길이 끊어졌다. 어디로 가야 하나 두리번거리다 전화를 했다. “도착하신 거예요. 다리 건너 컨테이너 보이시죠? 그리로 오세요.”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가 반가웠다.

ⓒ시민기자 변영숙

가재울 농원 대표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컨테이너 안으로 안내했다. 컨테이너 내부는 싱크대와 테이블 그리고 냉장고까지 갖춰져 있었는데 농사 시즌이 되면 이곳에서 식사도 하고 휴식도 취한다고 한다.

ⓒ시민기자 변영숙 

서글서글한 인상의 이 대표와 짧게 인사를 나누고 가산면 포도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포천 가산면이 포도 산지로 유명해지게 된 것은 1980년대부터라고 한다. 그 이전에는 가산면 일대는 벼농사를 짓는 농가가 대부분이었다. 벼농사는 힘만 들고 소득증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소득증대가 가능한 고부가가치 농작물에 대한 고민과 연구 결과 포천의 기후조건과 토양의 특징에 맞는 포도 농사를 짓게 된 것이 오늘날 포천이 명품 포도 산지로 탈바꿈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현재 가산면 포도 농가는 약 130가구이며, 95%가 켐벨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기자 변영숙

그렇다고 해도 가산면에 유독 포도 농가가 많은 이유가 궁금했다.

“가산면(加山面)은 원래는 화산면인데 일제강점기 때 다른 면에 속했던 3개 리가 더해지면서 가산면이 되었습니다. 주변에 수원산·국사봉·죽엽산 등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평지가 많아요. 가산면이 포도 농사가 잘되는 것은 포천의 토양과 기후가 포도 농사에 적합하기 때문이에요. 주변 산들이 바람을 막아주고 일조량이 많아요. 포도는 일교차가 크고 배수가 잘 되는 땅에 심어야 하는데 가산면이 이 조건에 딱 맞는 거죠. 포천 다른 지역에서도 포도 재배를 하는데 가산면에 포도 농가가 제일 많아요. 포천 포도는 꿀포도라고 할 정도로 당도가 높지요. 보통 포도는 14브릭스 정도인데, 포천 포도는 18~20브릭스 정도니까 무척 달죠.”

ⓒ시민기자 변영숙 

포도 수확철을 앞두고 한창 바쁠 것 같다고 하니 아직은 그렇게 바쁘지 않다고 한다. 8월 말 수확이 시작되면 그때는 코흘리개 어린아이의 손을 빌리고 싶을 만큼 바빠진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포도 농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언제 싹을 틔우고 언제 꽃이 피는지, 또 매 시기마다 어떤 작업들을 해 줘야 하는지 등. 베테랑 포도 농부를 만난 김에 작정하고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았다.

“포도 농사는 식목일 전후로 시작돼요. 나무에서 싹이 트기 시작하면 수확까지 약 130일이 걸려요. 5월 중순쯤이 되면 꽃을 피웁니다. 20일 정도 지나면 자가 수정을 해서 포도 열매가 맺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착화가 시작돼요. 이때 냉해를 입으면 착화가 안돼서 착화 불량이 되면 농사가 잘 안되는 거죠. 포도는 특히 기후에 민감해서 온도 차이에 따라 수확량에 큰 차이가 납니다. 올해 냉해가 들었어요. 그래서 수확이 어떨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포천 포도의 가격과 판로

ⓒ시민기자 변영숙

포천 포도가 당도가 높고 맛이 좋은 만큼 가격도 비쌀 것 같은데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소비 행태가 많이 늘었는데 판매는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했다.

“포도는 씨가 커져야 알도 커지고 중량도 많이 나갑니다. 켐벨은 작년에 5kg 기준 25,000원대에 가격이 형성됐지요. 날이 추우면 알이 작아서 중량도 적게 나오고 당도도 낮아요. 올해는 날이 추워서 알이 작은 편이라 어떨지 모르겠어요. 대체로 추석에 맞춰 출하를 시작합니다.”

“우리는 87번, 43번, 47번 국도변에 나가서 직접 판매를 해요. 다른 농가들도 마찬가지고요. 빨리 수확하는 곳은 8월 20일 전후로 팔기 시작해요. 근데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잘 다니지를 않아서 어떨지 모르겠네요. 인터넷 판매는 별로 선호하지 않아요. 이게 과일이다 보니 운송 중 많이 상해요. 그럼 고객 불만이 고스란히 농장으로 들어와요. 우리는 단골이 많아서 직접 농장에 오는 손님들도 있고 도로변에서 다 팔아요.”

이 대표는 품질관리에도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당연히 GAP도 획득했다. GAP은 3년마다 갱신을 해야 해서 한번 받았다고 등한시할 수 없다. 끊임없이 품질 개량도 하고 품질관리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농사는 매번 속는 줄 알면서 하는 일 

ⓒ시민기자 변영숙

이 대표가 가산면에 들어와 포도 농사를 시작한 것은 약 20년 전이다. 사업을 하다가 잘 안 돼서 고향으로 돌아와 포도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농사는 매번 속는 줄 알면서도 하는 일이에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니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농사를 지으려면 매사에 너그러워야 합니다. 매번 자로 잰 듯이 또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농사일입니다. 풍년을 기원하며 정성껏 농사를 지어도 수확 직전에 망쳐 버리기도 하는 것이 농사입니다.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다 하늘이 하는 일인 것을. ‘그러려니’하고 또 새롭게 시작해야죠.”
농사일을 하면서 새롭게 희망을 가지게 되고 수확이 좋으면 또 감사하게 된다는 이 대표는 마치 ‘도’의 경지에 오른 듯했다. 아침마다 새로운 햇살이 떠오르는 것이 너무 기쁘다는 말을 할 때는 ‘절대 긍정’의 표상처럼 보였다.

‘다 때려치우고 시골 가서 농사나 지어야겠다’라는 말이 얼마나 오만한 말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해마다 속으면서도 새로운 희망을 안고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쌀 한 톨에, 포도 한 알에 그 농부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을 것을 생각하니 쌀 한 톨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물씬 솟는다.


포천에서도 샤인머스켓 재배

요즘 포도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샤인머스켓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시민기자 변영숙

“샤인머스켓은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품종입니다. 포천은 기온이 낮아서 샤인머스켓이 잘 자라지 못해요. 그래서 인위적으로 기온을 맞춰 줘야 합니다. 그래서 연동 온실을 지었습니다. 지붕이 몇 개씩 이어지는 온실을 연동 온실이라고 하는데, 온실 만드는 데도 돈이 많이 들어가요. 그래도 샤인머스켓이 켐벨보다 몇 배나 비싸니까 자꾸 시도해 봐야지요. 올해 처음 샤인머스켓을 심어서 곧 출하됩니다.”

이 대표가 온실과 포도를 보여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민기자 변영숙

“이런 걸 연동 온실’이라고 해요. 이거 만드는데 평당 **씩 들어가요.” 숫자에 약한 나는 액수는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는데 이렇게 대규모 온실은 처음 보았다. 비닐하우스에는 포장용 박스가 잔뜩 쌓여 있었다. 이제 곧 포장하는 손길로 북새통을 이룰 것이다.

ⓒ시민기자 변영숙

“제가 한 7천 평 농사를 지어요. 이쪽은 다 켐벨이고 샤인머스켓은 다른 쪽에 있어요.”
그렇게 큰 농사를 혼자 짓느냐고 하니 다 사람을 사서 한단다. 그런데 인건비가 많이 비싸져서 걱정이란다.

ⓒ시민기자 변영숙

온실 안에서 포도가 봉지에 싸인 채 얌전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포도송이는 아직 좁쌀보다 조금 큰 정도일 뿐인데도 달콤한 포도 향이 온실에 진동했다. 포도를 바라보는 이 대표의 눈빛에서 포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요즘 이 대표는 더 신이 나 있다. 농업사관학교 학생이 이 대표의 농원에 실습 나와 있는 것. 미래의 영농인을 제자를 맞이해 가르치는 맛에 힘든 줄도 모르겠단다. 두 사람이 꼭 사이좋은 부자처럼 보였다. 젊은 사람이 농사를 배우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든든했다.

ⓒ시민기자 변영숙 

“한 해 농사가 끝나면 한 6개월은 그냥 놀러 다닙니다. 여행도 많이 다녀요. 코로나 전에는 몽골이나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한 달씩 있다 오기도 했어요.”

이 대표가 포도나무와 닮아 보였다. 수확이 끝나고 새싹을 틔울 때까지 휴식기를 갖는 나무처럼 이 대표도 또 새 농사를 위해 힘을 비축해 두는 것이리라. 이 대표와의 채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온실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다. 수확철이 되면 다시 한번 찾아오고 싶다고 하니 기꺼이 그러라고 한다. 그때는 또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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