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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복잡했던 수능일이 이렇게 지나갔다.
2015-11-13 조회수 : 3632

2015년 11월 12일.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일이 왔다. 입시한파라는 말이 무색하게 올 수능일은 너무나 포근했다. 작년에 이어 올 해도 시험을 보는 아들을 데리고 수능시험장인 포천일고등학교로 아침에 갔다. 입구에는 역시 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날카로운 칼날처럼 귀를 때리고, 시험 보러 들어가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선배, 후배, 선생님, 학부모 심지어 시청의 공무원들까지 나와 있었다. 예전의 학력고사나 본고사 보다는 의미가 많이 약해졌다는 시험이지만 아직 우리는 초, 중, 고등학교 전 과정을 마무리 하는 시험으로 수능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학력고사 세대이지만 아들과 마찬가지로 생전 처음 보는 다른 학교 학생들과 뒤섞여 어색하다 못해 깨질 것 같은 침묵 속에서 나 자신과 싸워야 했다. 당시엔 12월이 거의 다 되어 시험을 보았기 때문에 날씨마저도 추었다. 생각해 보면 이 시험은 참 가혹한 짓이다. 12년을 공부한 모든 것을 하루에 그것도 변별을 위해 점수를 잘 따지 못하게 어렵게 설계된 시험을 통해 다 쏟아 내야 하는 것이다. 만일 이날 감기라고 걸리거나 다른 안 좋은 일로 몸 컨디션이 영 아니어도 어디다 하소연 할 수도 없다. 어린 학생들이 자신의 인생을 이 하루에 다 걸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아름다운 동화속의 나라가 아니다. 현실은 다른 학생들보다 더 많은 점수를 얻기 위해 그들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들이 다른 학생들을 위해 점수를 양보했다고 말한다면 아마 나는 무척 화가 날 것이다. 이날 시험은 경쟁사회로 나가야 하는 학생들이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인생과 진검승부를 벌이는 날인셈이다.

다행히 날이 춥지 않아서 시험 치르는데 큰 지장을 없을 것이라 하루 종일 되뇌었다. 일을 하는 동안에도 문득 문득 '이 녀석이 시험을 잘 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다른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아무튼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수능이 이렇게 또 지나갔다. 이제 고등학교를 들어가야 하는 둘째 아이 때도 이 시험을 봐야 할까? 나는 다시 또 아들을 데리고 시험장으로 가야 할까? 그 때는 좀 나아지겠지...

시민기자 이정식(jefflee20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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