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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손도 만드는 길고양이 겨울 집 만들기
길고양이들아 이제 따뜻한 겨울 집에서 자자!
2019-12-27 조회수 : 6592

시민기자 한결


ⓒ시민기자 한결

1년 전부터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다. 쓰레기통을 뒤져서 허기를 채우는 고양이들을 본 뒤로는 차마 모른 체할 수가 없었다. ‘얼마나 배가 고프면 그랬을까’하는 연민이 들었다. 특히 염분이 많은 사람 음식을 먹은 고양이들은 몸이 붓는다고 한다. 나 역시도 그랬지만, 그런 고양이를 보고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먹었으면 저렇게 뚱뚱해졌느냐고 보통 생각한다.

밥을 챙겨준 지도 1년이 지난 오늘,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우연히 길고양이들이 따뜻한 곳을 찾아 자동차 엔진룸과 바퀴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사람도 추우면 따뜻한 난로나 방바닥, 전기장판이 깔린 이불을 찾듯이, 고양이도 따뜻한 곳을 찾아 주차한 지 얼마 않된 자동차를 찾는 것이다.


ⓒ시민기자 한결

엔진 열이 남아있어 길고양이들에게 안락한 침대와도 같은 엔진룸은, 아침이 되어 사람이 온 줄도 모르고 깜박 잠이 든 고양이들에게 위험한 곳으로 바뀐다. 엔진룸 안에 고양이가 있는 상태에서 시동을 건다거나 바퀴에 고양이가 있는데 차가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겨울철 고양이의 생명을 살리는 작은 실천으로 시동을 걸기 전 보닛을 ‘똑똑’ 두드려주자는 캠페인을 동물단체나 지자체에서 벌이기도 한다. 보닛을 두드려주는 것만으로도 고양이들은 잠에서 깨어날 수 있다.

사람도 길고양이도 너무 추운 겨울, 특히 북쪽에 있는 포천은 정말 매서운 겨울바람을 자랑한다. 우리 집이 위치한 영중면은 겨울철이면 아침저녁으로 영하 16도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사람도 버티어 내기 힘든 무시무시한 겨울. 길고양이들이 건강하게 잘 이겨낼 수 있도록 ‘겨울 집’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운 방법이 없나 유튜브를 뒤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길고양이들을 위한 겨울 집 만들기가 많이 올라와 있었다. 수많은 동영상 중에서 가장 튼튼하고 만들기 쉬운 동영상을 골라 본격적으로 길고양이 겨울 집을 만들게 되었다.


ⓒ시민기자 한결

준비물로는 스티로폼 박스, 접착식 뽁뽁이, 단열 시트, 방풍 방수 비닐, 가위, 커터칼, 투명박스 테이프, 자, 유성 매직, 그리고 길고양이를 생각하는 당신의 아름다운 마음과 손이 필요하다.

스티로폼 박스는 버리는 박스를 재활용해서 사용했고 자와 가위, 유성 매직을 제외한 모든 것은 다*소에서 구매하였다. 접착식 뽁뽁이 3,000원, 단열 시트 5,000원, 박스테이프 1,000원, 커터칼 1,000원, 방수 방풍 비닐 1,000원으로 총 11,000원을 사용했다. 참고로 유튜브에 나오는 것처럼 큰 비닐은 없어 김장 비닐을 사용했다. 단열 시트는 절반 이상이 남아 한 번 더 만든다면 나머지 재료만 구매하면 될 거 같다.


ⓒ시민기자 한결

가장 먼저 스티로폼 뚜껑과 박스 내부 크기를 잰다. 자와 가위를 이용해 사이즈에 맞춰 단열 시트를 자른다. 그다음 단열 시트 접착 면의 비닐을 떼어내고 천천히 꾹꾹 눌러가며 스티로폼 박스에 알맞게 붙여준다. 단열 시트를 다 붙이고 나면 스티로폼 박스 뚜껑을 닫고 박스테이프로 바람이 안 들어가도록 꼼꼼하게 붙여준다.

테이프로 3바퀴 정도 꼼꼼하게 붙이고 나면 뽁뽁이의 접착 면을 스티로폼 박스로 가게끔 펼친다. 그 위에 스티로폼 박스를 놓고 뽁뽁이 하나를 다 쓴다고 생각하며 돌돌 말아준다. 뽁뽁이로 감싸진 스티로폼 박스는 잘 풀어지지 않도록 박스테이프를 이용해 촘촘히 붙여준다.


ⓒ시민기자 한결

뽁뽁이와 마찬가지로 방수 방풍 비닐을 바닥에 펼쳐 놓고 그 위에 스티로폼을 올린다. 제일 큰 대(大)자 김장 비닐 3장을 사서 사용하였다. 1개를 샀더니 그 안에 3장이 들어있었다. 한 장으로 먼저 감싸고 테이프로 붙인 후, 또 다른 한 장으로 나머지 면을 감싼 후 테이프로 붙인다. 마지막 한 장은 비닐 안에 스티로폼 박스를 넣고 다시 꼼꼼하게 테이프로 붙였다.

이제 거의 끝난 거나 다름없다. 방수 방풍 비닐로 감싼 스티로폼을 테이프로 꽁꽁 싸맸다면 이제는 고양이들이 드나들 입구를 만들어주면 된다. 스티로폼 박스 안에 단열 시트를 붙였기 때문에 힘을 주고 깊게 커터칼로 잘라내야 한다. 네모난 모양으로 예쁘게 자른 후 입구 위아래, 양옆은 스티로폼이 그대로 드러나 그 부분만 단열 시트를 잘라 붙여주었다.


ⓒ시민기자 한결

뽁뽁이와 비닐을 세로로 잘라 입구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는 커튼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참고한 유튜버는 그렇게 했는데, 경계심이 많은 고양이는 집에 안 들어갈 수도 있어서 처음에는 커튼을 만들지 않고 그냥 뚫어 놓는 게 좋을 거 같아 만들지 않았다.

다 만들었으니 이제 고양이들을 위한 이불을 깔아주면 된다. 안 입는 옷이나 담요로 스티로폼 박스 내부에 깔아준다. 옷 4개를 사용해 폭신한 이불을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집 내부가 아담해 옷 하나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시민기자 한결

다 만든 길고양이 겨울 집을 들고 테라스로 나갔다. 테라스는 처마가 있어 비나 눈이 와도 모두 막아주어 길고양이들이 편히 쉬다 가기도 하고 밥을 먹기도 하는 곳이다. 이곳 한쪽에 겨울 집을 두고 그래도 혹시나 비가 들어올까 집에 있던 우드락을 반으로 잘라 지붕을 만들어주었다. 가벼워서 날아갈 수도 있으니 무거운 돌을 두 개 정도 올렸다.


ⓒ시민기자 한결

길고양이들은 경계심이 많아 미분양사태가 날까 봐 정말 걱정했다. 내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 겨울 집을 제발 사용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고양이들에게도 전해졌을까? 올해 5월쯤 태어난 보리가 청약을 넣으러 다가왔다. 귀여운 고양이는 무조건 청약 당첨이기에 곧바로 집을 분양했다. 120개월 애교를 조건으로 드디어 분양된 길고양이 겨울 집! 우리 집에 오는 길냥이들이 올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길고양이 사료 챙겨주기, 겨울 집 만들어주기 등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은 노력이다. 요즘 길고양이를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해코지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제발 힘없는 생명을 괴롭히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구는 사람의 것이 아니다. 사람이 다른 동물들보다 조금 더 힘이 강하고 지능이 있을 뿐이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주위에 있는 작은 생명에 관심을 가지고 챙겨준다면, ‘우리’로 인해 세상은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길고양이 겨울 집 만들기
- 준비물: 스티로폼 박스, 접착식 뽁뽁이, 단열재, 방풍 방수 비닐, 가위, 커터칼, 투명박스 테이프, 자, 유성 매직, 길고양이를 생각하는 당신의 아름다운 마음과 손
- 만드는 시간: 약 1시간

*참고 : 유튜브 ‘무겐의 냥다큐’님의 ‘길고양이 겨울 집 만들기’ 동영상 http://bit.ly/37duT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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