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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지 농산물의 으뜸, 쌀을 위한 모내기 시작되다.
2022-05-09 조회수 : 3040

시민기자 유재술

 

옛날 말에 이르기를, 아카시아꽃이 피면 모내기를 하고 뻐꾸기가 울면 콩을 심는다고 한다. 아직 하얗고 탐스런 아카시아꽃은 피지 않았지만, 5월의 첫날 모내기가 시작되었다. 예년보다도 일주일 정도 빠른 모내기이다. 혹시 모를 냉해를 걱정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은 이미 우리 포천의 농촌에도 이른 벼농사의 시작을 재촉한다.

ⓒ시민기자 유재술

8조식 최신 이앙기를 사용하여 신북면에서 모내기를 하는 박모 씨는 한평생 농업에만 종사해 온 농민이다. 그에게서 올 벼농사의 풍흉에 관한 이야기를 미리 들어본다.

쌀값이 어떠니 해도 그래도 풍년이 들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물음에 그는, “글쎄요. 풍년이 좋기는 한데 점점 쌀 소비량이 줄어 걱정입니다.”라고 말한다.

ⓒ시민기자 유재술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팔아주는 역할을 앞장서서 하고 있는 포천 지역의 한 농협 대표자 김광열 조합장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벼농사의 풍년을 걱정한다.

ⓒ시민기자 유재술

수요와 공급이 조금만 균형을 잃어도 금방 가격의 폭락과 폭등을 오가는 것이 농산물의 특성이다. 과거 수년간 비교적 흉년이라 전국적으로 쌀의 재고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지난 한 해의 풍년으로 인해서 지금도 전국의 농협과 민간의 RPC 창고는 지난해 풍년으로 매입해 들인 벼로 넘쳐난다. 농협을 비롯한 많은 농민단체들이 과잉 생산된 쌀을 시장으로부터 조속히 추가 격리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지난 2월 1차로 14만 톤을 격리한 이후 정부와 여당은 5월 들어서 이제야 13만 톤에 조금 못 미치는 12만 6천 톤 수준에서 추가 격리를 발표했다. 격리를 하는 방식 또한 ‘역공매’라 하여 최저가를 써서 파는 자의 쌀을 정부가 사들이는 방식이다.

도시민을 위해 쌀값의 상승을 막겠다는 의도이나 이는 오히려 쌀값의 하락을 유도하고 있어 농민과 농업인 단체들의 불만이 크다. 경기도는 ‘경기미’라 하여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의 수매가 보다 높기 때문에 ‘역공매’ 방식은 타도의 쌀보다 높은 가격에 수매되는 터라 이 방식에 절대 불리하다.

ⓒ시민기자 유재술

익명을 요구한 군내면에서 주로 벼농사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김모씨의 경우에도 올해 또 풍년이 될까 모내기를 하는 이 순간부터 벌써 걱정을 한다. 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벼의 재고가 많아 수매 원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가격에 쌀을 판매할 경우 다음 해에는 수매가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농민이 풍년을 걱정하는 이 안타까운 현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시민기자 유재술

신북면에 거주하는 수도작 농가 이 모씨는 기자의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정부의 정책도 다소 문제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비가 문제에요. 밥이 아니라도 사방에 이를 대체할 먹거리는 차고도 넘쳐납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식량자급률이 높아서 그런가 하면 택도 없는 소리에요. 쌀의 경우는 92%를 넘는 수준이지만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양이 있어 잉여현상이 더욱 심해졌고, 밀의 경우에는 아예 1%도 안되고, 콩은 30% 정도 밖에 안됩니다. 큰일이에요.”

ⓒ시민기자 유재술

농산물의 가격 조절에 있어 정부는 폭등이 되면 어느새 외국산 농축산물을 사들여 우리네의 식탁에 오르게 하지만 폭락하면 역대 어느 정부도 해결에 앞장서기보다는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것 또한 현실이다. 그저 농업인 단체가 앞장서서 해당 품목의 ‘팔아주기 운동’을 하는 정도이다.

ⓒ시민기자 유재술

국가 전체 예산의 3%도 채 되지 않는 2.8% 농업부문의 예산은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한다. 과연 농민이 천하의 대본이기는 한 것일까. 우리나라의 5천만 인구 중 천하의 근본을 이어가고 있는 농민의 수는 오늘날 200만이 채 되지 않는 현실에서 이들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인은 많지 않다. 지난번 대선 기간 중 주요 정당의 후보자들의 농업에 관한 공약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수당이라는 당근으로 그저 음식에 들어가는 양념 정도의 구색 맞추기 정도라고나 할까. 어차피 농민의 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해당 지역에 따라 정해져 있는 것이라 그 어떤 정책을 써도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시민기자 유재술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평생을 업으로 살아온 농업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살길이 막막하다. 이마에 깊이 팬 주름만큼이나 오랜 세월을 농사지어온 농민들이지만 쉽게 농업을 버릴 수가 없고, 또 언젠가는 농민에게도 좋은 날이 올 것이란 믿음으로 오늘도 묵묵히 농자(農者)로서 천하의 대본(大本)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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