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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인의 인심과 예쁜 마을에 반해 정착하다
2023-09-13 조회수 : 909

시민기자 최순자

 

흰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의 계절이다. 찾아가면 언제나 흰 이슬처럼 편안하게 마음을 적셔주는 분이 있다. ‘미용의 모든 것’이라는 문구가 붙은 대진미용실 김혜림 원장이다.

김 원장은 “관인에 와서 이 길을 걷는 지가 벌써 30여 년이 되어요. 처음 관인에 왔을 때 정이 많고, 마을이 작고 예쁘더라고요.” 한다.

ⓒ 시민기자 최순자



미용실은 관인면주민자치센터 옆에 있다. 내가 관인에 터를 잡은 지 2년 정도이다. 미용할 때가 되어 마을 이웃에게 물었더니 추천해 준 곳이다. 나뿐만 아니라 남성들 머리도 다듬기에 우리 가족 단골이 되었다.

이처럼 미용실을 찾는 대부분 손님이 단골이다. 보통 20~30년은 됐다. 갈 때마다 주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기다리면서 플라스틱 물통을 재활용해서 만든 곳에서 종이컵을 꺼내, 약탕기에 물을 끓여 차를 마신다. 겨울이면 난로 위에 얹어진 물로 차를 마시며, 평상처럼 온돌방으로 된 공간에 앉거나 누워 기다린다.

단골이 많은 몇 가지 이유가 있을 터이다. 첫째, 김 원장의 따뜻한 품성과 편안함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물었다. “지금까지 화낸 적 있어요?” “낼 때도 있지요. 그렇지만, 화를 내면 제가 힘들기 때문에 잘 내지 않으려고 해요.”라고 한다. 2년 정도 다니며, 단 한 번도 얼굴에 불편한 표정을 한 적을 보지 못했다.

단골이 많은 두 번째 이유는 가성비도 한몫하고 있으리라 본다. 커트는 남녀노소 모두 1만 원이다. 거기다 원할 경우 머리도 감겨준다. 파마도 3만 원부터이다. 솜씨까지 좋아 가성비 좋은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이유는 친절함이라 본다. 본래 운영 시간은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그러나 손님은 문 여는 시간보다 일찍 오거나, 늦게 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김 원장은 오신 분들 되돌려 보내지 않고 이른 시간이든, 늦은 시간이든 머리를 다듬어 드린다.

신교동마을에서 온 단골에게 왜 자주 찾는지 물었다. “원장님이 솜씨도 좋지만, 친절하고 사람이 참 좋아서요.”라고 한다.


ⓒ 시민기자 최순자

손님들은 미용실 이용뿐 아니라 마음으로 그를 아끼고 사랑한다. 10여 전 김장 준비를 하다가 화상을 입었다. 김장하지 말라고 하더니, 여기저기서 8통이나 김장이 들어왔다. 그래서 더 이상 가져오지 말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그뿐만 아니다. 철마다 미용실로 가져다준 쌀, 과일, 야채 등이 넘쳐난다. 김 원장은 “관인 분들이 저를 먹여 살리는 것 같아요.”라고 한다.

화요일은 쉬는 날이나, 20여 년간 한 달에 한 번은 관내 복지센터 소개를 받아 거동이 어려운 분들을 찾아간다. 재료도 자비로 구입해 간다. 어르신들에게 듣는 가장 많은 말은 “왜 죽지 않는지 몰라.”이다. 그럴 때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만들기를 좋아했고, 기술 하나는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걸어온 미용 전문가 길이다. 긴 세월 한 길을 걸어오며 힘든 손님도 있었다. 오래전, 실수도 받아줄 것 같이 보이는 분이 도중에 마음에 안 든다고 머리를 감더란다. 그때 눈물을 흘릴 만큼 상처도 컸지만, “절대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자.”라는 깊은 배움도 있었다.

무엇보다 보람과 행복은 손님이 만족하고, 자신의 솜씨가 마음에 들 때다. 고운 마음으로 지역 주민을 만나는 김 원장이 이 길을 걸을 때까지 늘 행복했으면 하는 단골 중 한 사람이다.

 


ⓒ 시민기자 최순자

대진미용실
주소: 관인면 창동로 1778
전화: 031-535-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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