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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소녀가장의 오래된 달력
독자투고

유민규 (경기도 포천시 호국로, 직장인)

얼마 전부터 직원들과 포천의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의 도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우리 회사 사회공헌팀을 중심으로 어려운 처지에 계신 분들에게 쾌적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정도다. 주로 도배나 장판 교체 그리고 싱크대 수리 정도를 도와드린다.

허리가 불편해 거동을 못 하시는 할머니가 도배하는 날 지팡이를 짚고 문 앞에 나와 기다릴 정도로 좋아할 때는 정말 가슴마저 뭉클하다.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에게 잠시나마 기쁨을 선사한다는 보람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소년소녀 가장의 집에 수리를 해주러 간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엄마까지 가출해, 친척 집을 오가며 사는 고등학생 남매의 집이었다. ‘집주인’이 아직 어리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못해서 몇 년간 방치한 듯한 천정은 지난 여름철에 비가 샜는지 거무스레하게 얼룩져 있었다. 그리고 달력은 놀랍게도 2006년 1월에 멈춰 있었다.

“아저씨가 새것 갖다 줄까?”
“헤헤... 괜찮아요. 저것도 필요해요”

달력을 본 직원이 묻자 학생은 그냥 웃어 보였다. 학생의 표정은 구김살 하나 없이 맑았다. 그리고 달력을 살짝 들춰 보여줬다. 거기에는 오래전 아이들의 부모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붙어 있었다. 우리는 모두 놀랬다. 부모님 사진을 낡은 달력으로 가려 놓은 아이. 그들은 보고 싶은 엄마를 매일 사진으로만 보자니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참다가 아주 보고 싶을 때만 달력을 살짝 걷어서 사진을 본단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말로만 듣던 소년소녀 가장의 집에서 직접 대화를 해보니 막연히 경제적으로만 어려울 거라는 생각만 가졌던 게 부끄럽고 미안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까지 학생들은 어렵고 힘들게 견뎌내고 있었다.

분주한 입김을 토해내며 주방과 방안에서 분주하게 일손을 움직인 끝에 작업을 마치니 방이 새집같이 변모했다. 낡고 오래된 싱크대도 새 걸로 교체해줬다. 이제 학생들이 하얗고 깨끗한 방에서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구김 없이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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