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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생각했다. 지장산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내려오는 산길은 삼형제봉까지 능선을 타도 좋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막혔다. 87번 국도를 타고 중리저수지를 찾아 든 것까지는 좋았으나 지장산 마을에서 더는 자동차로 들어갈 수 없었다. 지장계곡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등산객이든 피서객이든 걸어서 들어가야 했다.
▲ 지장산 마을 입구
지장산 정상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인 잘루맥이 고개까지는 적어도 5km. 1시간 30분 거리다. 선선한 가을 기온에도 땀이 날 지경이었다. 지장계곡은 큰골 또는 지장냉골이라 부른다.
더위가 싹 달아나는 산속의 깊은 계곡이지만 긴 거리를 걷기는 쉽지 않았다.
능선에 올라서자 전망이 드러났다. 건너편에는 뛰어도 닿을듯한 관인봉이 우뚝하고, 북쪽으로부터 철원 금학산과 연천 고대산이 이곳까지 거대한 산군을 이룬다. 그런데 이 깊은 산군에 사찰은 하나도 없다. 왜 그럴까?
사찰이 없지 않았다. 해방 이후 38선 이북에 속했던 이곳은 북한 땅이었다. 6·25전쟁이 일어나면서 석대암을 비롯한 9개가 넘던 암자들은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고 한다. 전쟁 이후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이 되었는데 지금도 절골이나 심원사 터는 그 이름으로만 남아있다.
▲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잘루맥이 고개에서 1시간 만에 지장산 정상에 도착했다. 조망이 시원하다. 포천시와 연천군을 경계 짓는 긴 능선이 남쪽으로 뻗어 있다. 지장산의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원래는 보개산 환희봉이었으나 지금은 지장봉으로 더 많이 불린다. 고려 충렬왕 때 민지라는 사람이 쓴 ‘보개산 석대기’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 잘루맥이 고개의 억새
“신라 성덕왕 때 사냥꾼이었던 이순석이 이곳에서 사냥을 하였는데 금빛 멧돼지를 발견하고 힘껏 활을 쏘았다.
피를 흘리며 달아난 멧돼지를 추적하니 정상 부근의 석상에 자신이 쏜 화살이 꽂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멧돼지가 지장보살의 변신임을 알고 참회하며 지장보살상을 모시는 절을 짓고 스스로 승려가 되어 수행하였다.”
지장보살이 현신한 기도처라는 사실을 확인해준 사람은 고려 시대 풍악도인 문일장노라는 이다. 그가 중국에 있을 때 악인이 죽어서 간다는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보개산, 풍악산, 오대산에 머무르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반과 더불어 이 산 아래로 들어왔다. 그런데 봉우리 아래 상서로운 빛이 가득해 그곳으로 다가갔는데, 지장석상이 큰 형체로 변하면서 자비롭고 밝은 빛을 두루 비추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록을 남긴 민지는 보개산 전체가 지장진신이 늘 머물며 설법하는 곳이라 했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모두 구제할 때까지 영원히 부처가 되지 않겠다는 보살이다. 민중의 아픔을 구하고 행복을얻게 하는 지장보살은 이곳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이 전쟁의 참화를 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석대암에 모셔져 있었다는 지장보살상은 6·25전쟁 통에 행방이 묘연해졌다가 1954년 극적으로 발견되어 지금의 철원군 동송읍 심원사에 모셔져 있다.
하산하는 길은 삼형제봉과 향로봉을 거쳐 사기막 고개에서 중리 저수지로 내려가는 능선을 탈 수도 있지만, 오늘은 참기로 했다.지장산 마을로 되돌아 내려가는 길에 아까 지장계곡을 따라 올라 가는 길에서 만났던 보가산성을 둘러보았다.
포천시 향토유적 제83호. 안내문을 보니 보개산성 또는 궁예왕 대각대성지라고도 부른다.
강원도 철원에 도읍지를 정한 궁예가 부하였던 왕건군에게 항전하기 위해 쌓은 성터였다는 전설이 남아 지장보살은 어떤 표정으로 바라 보았을지 궁금해진다.
지장산 정보
산행기점 중리저수지 지장산 마을 끝 지점에 산행 지도가 있음.
산행코스 지장산마을-잘루맥이 고개-정상-지장산마을(13km, 5시간 30분) 삼형제봉-향로봉 능선 코스를 이용하면 시간은 더 소요됨.
주의 초등학생이 포함된 가족 산행은 권하지 않음.
대중교통 포천시청-관인 60-1번 50분 간격 운행.
참고문헌 〈보개산 석대기〉(국사편찬위원회)
글, 사진 | 시민기자 서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