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혁신교육이란 무엇인가?

김현철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

인간은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는 한편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 예를 들어 시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나 회사가 10년 전의 방식으로 일한다고 쳐보자. 누구나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를 외치며 변화와 혁신을 요구할 것이다. 그렇다.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려워하지만 타인의 혁신을 요구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어떤 조직에서나 리더의 첫 번째 과제는 변화와 혁신이다.
혁신교육도 같은 맥락 속에 있다. 그래서 교육에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혁신교육의 목표와 방향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이 시대에 교육이 해야 할 것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이 혁신교육이다.
결론은 “아니다.”이고 “그렇다면 어떻게 바꾸어갈 것인가?”에 대한 결론이 ‘혁신교육’인 셈이다. 우리 나라의 교육을 획기적으로 바꾸어놓은 혁신교육은 2009년 9월 1일, 경기교육청이 도내 13개의 초,중,고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면서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혁신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시도에 자리를 잡았고 교육을 바꾸어가고 있다. 특히 학교의 조직문화와 교사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성장시켰다. 우리나라에서 그 동안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육혁신을 부르짖었지만 대부분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쳤을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경기 혁신교육은 태풍이 되어 우리 교육을 휩쓸게 되었을까? 첫째, 혁신의 출발점이다. 경기 혁신교육은 이른바 ‘작은학교 네트워크’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일선의 교사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교육을 바꿔보겠다는 시도에서 출발하였다. 이 자발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교사들에게 압력을 넣어 무엇인가를 하도록 해보겠다는 시도는 궁극적 성과를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겉보기에 작은 성과가 난다고 해도 교육적으로는 매우 위험한 시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교사들을 타성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둘째, 교육에 대한 관점의 변화이다. 교육을 교육 자체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사회 전체의 구조 속에서 파악하려 한 것이다. 과거에는 아주 당연하게도 ‘교육은 선생님이 알아서 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리고 학교 구성원들도 외부의 간섭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교육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교육을 사회 전체의 구조에서 완벽하게 분리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사회의 현안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 아니던가? 이 관점에서 도화선이 된 것이 무상급식이다. 과거에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 받기도 했던 무상급식이 전국적으로 자리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소속 정당을 가리지 않고 지자체장들이 무상 교복, 무상 통학을 포함한 완전한 무상교육을 지향한다. 이처럼 혁신교육을 주도한 교사들은 교육의 문제를 교육 내부의 문제로 파악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 속에서의 교육의 문제로 고찰했고, 지금까지의 진행 성과를 볼때 이 판단은 옳았다.
셋째, 교육의 본질적인 측면이다.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교육의 타당성을 찾아가기 위한 시도라는 점이다. 혁신교육을 주도한 교사들은 먼저 혁신교육 이전의 교육, 그리고 지금까지도 기성세대가 생각을 사로잡고 있는 교육의 상(象)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교육은 개인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역량을 기를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이 가진 성장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그 공동체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작년의 대입제도 개선 파동에서도 드러났지만 기성세대가 바람직한 교육을 평가하는 기준은 ‘공정성’에 맞추어져 있다. 초,중,고 교육이 대학입시에서 공정하게 줄을 세우는데만 집중한다면 저런 능력들은 어떻게 기를 것인가?
이제 교육이 제자리를 잡아야 할 때다. 쉽게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을 중요시하고 이에 따라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소질과 적성, 자신이 가진 성장 가능성을 최대한 꽃피울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교육은 ‘미스터 트롯’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1등의 들러리가 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혁신교육이란 다툼이 아니라 교육의 제자리 찾기를 위한 시도이다.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인간상, 즉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최대한 꽃피우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인간은 학교가 지역사회와 함께 길러야 하며, 이에 학부모, 지역사회가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것이 혁신교육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