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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이 우리나라에 전래 된 것은 고려 때 몽골제국에서라고 한다. 당시 메밀은 그냥 쌀처럼 밥을 지어 먹으면 십중팔구 배탈이 나는 위험한 곡물이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지혜로 배탈이 나지 않으면서 먹는 방법을 찾았으니 바로 메밀을 가루로 만들어 반죽을 한 뒤 국수로 먹는 것이다. 특히 무와 함께 먹으면 속도 편하고 영양의 밸런스도 맞아 더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잘못 먹으면 탈이 나던 곡물을 오히려 몸에 좋은 영양식으로 바꾼 지혜 덕분에 지금도 우리는 향긋한 메밀 향을 즐기며 맛있는 메밀요리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메밀로 만든 음식 중에서 으뜸은 역시 막국수가 아닐까 한다. 메밀이 잘 자라는 강원도와 경기북부 지역에서 주로 만들어 먹는 막국수는 말 그대로 막 먹을 수 있는 가장 서민적인 국수였다.
막국수의 변천을 세월 그대로 보여 주는 곳이 바로 포천동의 ‘철원막국수’ 이다. 이 집은 1957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업력이 무려 63년이나 된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지금의 자리가 아닌 예전 보건소 근처였으나 이후 네번이나 자리를 옮겨 지금의 호병골 입구에 둥지를 마련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한 1대 사장님이 너무 연로하여 자녀들이 뒤를 이은, 3대를 잇는 집이 되었다.
철원막국수의 장점이자 특징은 양념에 있다. 철원막국수는 마치 비빔냉면처럼 양념의 맛이 강하다. 비빔과 물의 구분의 없는 이곳의 막국수는 먹는 방법도 독특하다. 비빔으로 먹고 싶다면 함께 내주는 육수를 조금만 부어 너무 뻑뻑하지 않을 정도로 비벼먹으면 되고, 물 막국수처럼 먹고 싶으면 육수를 자작하게 충분히 부어 양념과 함께 마시듯 먹으면 된다.
철원막국수는 처음 장사를 시작한 이래 같은 모습의 국수를 고집하고 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이 곳에서 국수 맛을 보기 시작한 사람들은 바로 양념이 충분히 배어 있는 국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지금도 불원천리 마다하지 않고 이 집으로 온다. 별 것 아닌 국수 한 그릇이라 치부하기엔 그 세월의 무게와 내공 있는 맛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국수에 꼭 들어가는 두 점의 편육 역시 강한 인상을 남긴다. 돼지고기를 푹 삶은 뒤 차갑게 식혀 내 놓는 이 편육은 식감이 무척 남다르다. 분명 돼지고기는 맞는데 마치 서양의 전통있는 치즈나 소고기 육포를 먹는 것 같은 색다른 기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막국수와 별개로 편육을 주문하기도 한다. 술안주로도 잘 어울리는 이 삶은 고기는 편하게 먹는 막국수와 달리 고급진 맛을 선사한다.
꼭 여러 번 더 달라고 해서 먹는 것이 바로 무김치이다. 메밀면은 무와 함께 먹어야 탈도 나지 않고, 영양의 밸런스가 맞는다. 철원막국수의 무김치는 고춧가루를 약간 넣은 시큼하면서 달달한 양념이 매우 독특하다. 이렇게 막국수와 조화를 이루는 고명과 반찬을 함께 돌려 먹다 보면 어느새 한 그릇의 막국수가 바닥을 보이게 된다. 무척 아쉽다. 양이 많은 사람은 처음부터 곱빼기를 주문해야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몸에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면 이보다 나은 식사는 없을 것이다. 포천의 진정한 세월가게가 바로 이곳 철원막국수집이다.
이정식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