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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변영숙
‘화적에서 벼를 털어
금수로 술을 빚어
창옥병에 넣어 들고
와룡을 빗겨 타고
낙귀정 돌아 드니
백로는 횡강하고
청학은 날아드니
선유담이 예 아니 드냐’
(영평팔경가 중 '화적에 벼를 털어')
© 시민기자 변영숙
적게 잡아도 예순 살은 족히 넘긴 출연자들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포천 문화원 강당에서는 22일 예정된 '영평팔경가' 정기 공연을 위한 무대 연습이 한창이었다. 아홉 마당으로 구성된 소리극 영평팔경가는 공연 때마다 국극, 마당놀이 등으로 변주를 계속해 왔다.
포천 지역의 대표적인 민속 민요인 ‘영평팔경가’의 포천 향토문화유산(무형유산) 등록이 추진되고 있다. ‘영평팔경가’가 향토 무형유산으로 지정되면 포천시 무형유산으로는 4번째 무형유산(‘포천메나리’와 ‘풀피리’가 각각 경기도 무형유산 제35호, 제38호)으로 등록되며, 향토문화유산으로는 ‘포천가노농악’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한반도 중심에 위치한 포천은 예로부터 ‘영평의 산수에 포천의 인물’로 회자되던 수준 높은 예향의 지역이다. 특히 백운산에서 발원하여 한탄강으로 흘러가는 영평천변을 따라 우거진 숲, 맑은 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명승지는 많은 시인과 묵객이 찾아 들어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 시민기자 변영숙
조선 시대 영의정을 지낸 박순 선생이 처음으로 영평천변 명승지 8곳에 '화적연', '창옥병', '선유담'과 같은 이름을 붙였고, 후에 이곳을 찾는 시인과 묵객들이 시문을 짓고, 여기에 민요 가락이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영평팔경가’가 탄생하게 됐다.
포천 민들의 곁에서 고된 삶에 활력과 위로가 되었던 영평팔경가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잊혔지만, 예부터 전해져 오던 한시조와 민요는 포천 민들의 마음속에서 면면히 이어져 왔다.
© 시민기자 변영숙
(사)영평팔경소리보존회는 예부터 구전으로 내려오는 시조와 민요를 바탕으로 새롭게 가사를 입혀 포천 민들의 정서에 맞는 현대적 ‘영평팔경가’로 재구성해 20년간 시민들과 함께 향유해 왔다.
최근 학술적 고증과 노력이 더해진 끝에 (사)영평팔경소리보존회를 비롯해 여러 뜻있는 포천시 문화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영평팔경가’의 ‘포천시 향토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포천시 향토문화유산 지정은 심사를 거쳐 내년 3, 4월쯤 결정될 전망이다. ‘영평팔경가’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포천 ‘양평팔경’ 경관 보존은 물론이고 포천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 움직임도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 시민기자 변영숙
박영실 ㈔영평팔경소리보존회 이사장은 “영평팔경가를 보존하고자 많은 어려움과 난관이 있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영평팔경가’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포천의 대표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라며, “이번에 영평팔경가가 향토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영실 이사장은 2004년 경기민요 중요 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 소리 묵계월 선생의 이수자이다. 영평팔경가의 대중화를 위해 매년 정기공연 및 초청 무대를 펼치고 있다. 제20회 정기공연이 오는 22일 오후 4시 포천문화원 3층 대강당에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