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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이정식
주말에 소흘읍 고모리에 있는 고모저수지를 찾는 것은 의례히 하는 일상처럼 되었다. 날이 좋은 봄과 가을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오히려 가지 않지만, 이렇게 스산한 계절이 되면 더 자주 가게 된다. 우리가 고모리를 가면 방문하는 코스가 거의 늘 비슷하다. 먼저 고모저수지가 바라다보이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저수지를 감상할 수 있는 트래킹 코스를 조금 걷다가, 주말마다 장이 열리는 광장으로 가서 뭔가를 조금 사가지고 돌아오는 코스다. 이날은 날씨가 쌀쌀해져서 그런지 평소보다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버스킹을 하고 있는 가수들의 모습도 왠지 쓸쓸해 보이는 그런 주말이었다. 그래도 장터는 늘 활력이 넘친다.
원래 장사라는 것이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경제활동이 아닌가? 전쟁통에서도, 난리통에서도, 재난을 당한 현장에서도 늘 장은 열리기 마련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시장을 통해 물건을 나누고,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은 장터 입구 근처에서 솜사탕을 파는 작은 상점을 발견했다. 요즘도 이런 솜사탕이 있나 싶을 정도로, 최근에는 못 본 것 같은데 여기서 만나게 되니 참 반가웠다. 솜사탕은 설탕으로 만드는 것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설탕 한 스푼을 기계에 넣고 잠시 기다리면, 거미줄 같은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이 엉키면서 신기하게도 정말 커다란 솜사탕이 되는 장면이 마냥 신기했다. 사실 나이를 한참 먹은 지금도 이 원리를 잘 모르겠다.
© 시민기자 이정식
우리는 애들 모양 기계 앞을 점령하고, 뚫어져라 설탕이 들어가는 기계 안을 들여다보았다. 도대체 저 기계 안에서는 설탕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가게 주인은 민망한 듯 우릴 쳐다보았고, 우리도 이내 손님의 위치로 돌아와 솜사탕을 주문하고 순서를 기다렸다.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우리 학교는 꼭 왕방산으로 소풍을 갔었는데, 어떻게 알고 오는지 학생들이 왕방산 중턱에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장사하는 사람들이 온통 산을 점령하듯 들어서 있었다. 거기엔 꼭 솜사탕 기계가 있었다. 우린 줄을 서서 그 달달한 솜사탕을 먹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심지어 서로 먼저 먹겠다고 싸우는 경우도 있었다.
© 시민기자 이정식
추억 속의 솜사탕보다 이날 고모리에서 받아든 솜사탕이 훨씬 크고 세련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릴 시절의 꿈처럼 솜사탕은 너무 빨리 없어진다. 입안에 들어간 것 같으면 벌써 사라지고 없다. 하긴, 작은 스푼 하나만큼의 설탕만 넣었는데 어떻게 대단한 사탕이 나오기를 바란단 말인가? 어쩌면 솜사탕 장사는 그래서 정말 추억을 파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금세 사라지는 어린 시절의 추억 말이다.
만일 고모리 저수지의 열린 장터를 방문하게 된다면 솜사탕을 먹으면서 추억을 돌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달달한 솜사탕을 먹다 보면, 솜사탕은 세월만큼이나 빨리 없어져 버린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 시민기자 이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