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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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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인문화마을 아트간판 뮤지엄
2022 경기도 관광테마 골목길
2022-10-28 조회수 : 2165

시민기자 이화준


▲관인문화마을ⓒ시민기자 이화준

포천시의 최북단에 위치한 관인면은 후삼국시대 궁예가 철원을 도읍으로 하는 태봉국을 세웠을 때, 궁예의 학정을 못 이긴 어진 관리들이 관직을 버리고 이 지역에 모여 살았다 하여 관인면(官仁面)이라 불렸다.

▲미 제40사단 기념비와 관인면 거리 모형ⓒ시민기자 이화준

관인면은 6.25 전쟁 후 북한에서 수복되었기에 실향민들이 많이 정착하였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곳을 미군 40사단(일명 썬버스트 sunburst)의 도움으로 마을이 조성되었다. 이때 면사무소, 초등학교, 중학교, 우체국, 체육관 등이 미군에 의해 설립되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관인면사무소 인근 지역의 구조가 미군 40사단의 로고인 구름 사이로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에 관인을 기억하는 주민들은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활기로 넘쳤다고 증언한다. 날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장터 풍경이며, 중고등학교 전교생이 모여 운동장에 발 디딜 틈도 없었던 이야기로 가득했지만, 1980년대부터 서서히 침체국면을 맞이하면서 노령화와 더불어 생계를 위한 젊은 세대의 이주로 마을이 쇠락해갔다.

▲2022 경기도 관광테마골목에 선정된 아트간판 뮤지엄ⓒ시민기자 이화준

포천시는 관인면 도시재생사업을 기반으로 ‘2022년 경기도 관광테마골목 육성사업’에 지원했다. 관인면사무소를 출발 지점으로 마을의 기억과 역사를 담은 골목길을 조성하였으며, 이북 5도 음식 체험과 오래된 간판과 벽을 정비해 아트 간판과 조형물, 벽화를 조성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올해 지원한 10개 지자체 중 관인문화마을 아트간판 뮤지엄이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포천 관인문화마을 아트간판 뮤지엄 시작ⓒ시민기자 이화준

포천 관인문화마을 아트간판 뮤지엄을 안내하는 지도는 관인 에코 뮤지엄에 비치되어 있다. 관인 에코 뮤지엄은 관인 중·고등학교 표지석 뒤편의 상가 건물 중 ‘GEM’이란 간판이 붙은 곳이다. 그냥 지나치기 쉬우니 주의해서 찾아보자.

▲제일 떡방앗간ⓒ시민기자 이화준

제일 떡 방앗간을 운영했던 임종호 님은 6.25 참전용사로 이 건물에서 오랫동안 방앗간을 운영하며 거주하였다. 이 방앗간은 관인면에서 떡이 맛있기로 소문나 명절에는 떡 하러 가게를 찾는 마을 주민들의 광주리가 줄지어 대기하였다고 한다.

▲기흥회관 최정자 시인ⓒ시민기자 이화준

[시인 최정자]

황해도 벽성군 영천면 좌랑리 626번지에서 태어났다. 3대가 딸이 없던 집안이었기에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해방 직후 이북에서 정치적으로 핍박을 받던 부모님을 따라 포천으로 이사하였고, 6.25 전쟁으로 포천 경찰서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아버지와 헤어져 피난길을 떠났다. 피난 길이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홍역을 앓던 막냇동생이 엄마의 등에 업힌 채 사망했으며, 기차 지붕 위에 얹혀 부산역에 간신히 도착해 그리운 아버지와 재회하였다. 참혹했던 6.25 전쟁을 잘 이겨내고 포천 끝자락에 정착했다. 같은 황해도 출신의 윤효준 님과 36개월 15일의 열애 끝에 결혼하여, 4남매를 공부시키기 위하여 1971년부터 기흥회관을 운영하였다. 2010년 시어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식당을 그만두었고, 바쁜 생활 속에서도 평생에 즐거움과 행복은 글짓기를 꾸준히 해 오다 2016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8년 6월 그동안 쓴 시를 모아 ‘노을빛 인생열차’ 시집을 발간하였다.

▲중앙 이발관ⓒ시민기자 이화준

[중앙 이발관]

경기도 최북단에 위치한 중앙 이발관의 염승구 님(1950년생)
“이제 나를 포함해 초과리에 이발소 2개가 있는데, 일흔아홉이 된 그곳의 이발사는 문을 열다마다 한다. 나 역시 70대 중반이 되면 그만두려고 했어. 하지만 문을 닫지까지는, 나를 믿고 찾아오는 손님이 있는 한, 면도 칼을 갈고 면도솔을 닦는다. 서울에서는 서울 방식이 있듯이, 시골에는 시골 방식이 있는 법이니까.”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중앙 이발관에서는 1만 원에 이발과 면도를 할 수 있으니 한 번 체험해 보면 좋겠다.

▲오복쌀 상회ⓒ시민기자 이화준

쌀가게인 오복상회 한쪽 벽면엔 포천의 아들이자 자랑인 임영웅 님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오복쌀 상회를 운영하는 박성분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남편은 전쟁 후 쌀 상회를 운영했어. 쌀을 사고파는 것은 물론 배달도 마다하지 않았지. 하지만 남편이 일찍 죽자 내가 쌀가게를 이어받았지. 생전 처음 타보는 자전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 논을 돌아 삼거리 나오는 길에 다리가 있는데 자전거 운전이 서투니까 뒤에서 차가 빵빵거려. 피하질 않았어. 치려면 쳐라! 이렇게 죽으면 죽어야지! 했던 거야. 넘어졌네. 자전거를 끌고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우리 애들은 뭐가 되느냐?’ 싶었지. 나까지 죽으면 큰일이지. 펑펑 울고 다시 결심하고 이를 악물고 살았지.”

여자의 몸으로 고된 자전거 배달을 하며 자식들을 공부시켰고, 90년대 말까지 가게를 운영하였다. 이곳에서는 오래된 할머니의 쌀 배달 자전거를 체험할 수 있다. 이용 시간은 30분에 1천 원이다.

▲호박 만두국ⓒ시민기자 이화준

호박만두? 이름부터 생소하다. 만두소에 호박을 넣는다니 그 맛이 궁금하다. 호박만두를 주문하고 테이블 매트에 적힌 오도민 만두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다. “만두는 대표적인 북부지역 음식이다. 이북 오도민들은 만두 속에 호박, 고추, 양파 등 생채소를 많이 넣어 먹었다. 고기 함량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고기는 북한에서 귀한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야채와 두부를 많이 넣어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었다.”

호박만두는 닭 육수에 김치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다. 궁금했던 호박만두를 반으로 갈라보니 그 속에 초록의 호박이 얼굴을 내민다. 그렇다면 호박만두의 맛은? 그동안 먹어보지 못한 맛이다. 처음엔 호기심에, 두 번째는 맛있음에 계속 먹게 된다.

관인면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은 골목길과 간판.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꿋꿋이 살아온 우리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눈과 맛으로 경험하게 된다. 골목길의 새로운 발견, 관인문화마을 아트간판뮤지엄 꼭 한번 방문해 보길 권한다.


- 찾아가는 길: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관인로 18 주차장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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