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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의 오래된 막국수 식당 4
2019-08-29 조회수 : 5284
시민기자 서상경
언젠가 춘천에 갔을 때 막국수 박물관에 들렀다. 거기에서 막국수의 유래를 처음 알았다. “을미사변 이후 춘천에서 봉기한 의암 류인석의 의병부대는 산속에서 화전 농업으로 일본군을 피할 수 있었는데 이때 재배한 것이 메밀이었고 이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으면서 춘천 막국수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막국수는 춘천이 유명하고 맛집도 많다. 그런데 우리 고장 포천에도 오래된 막국수 식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병골의 포천 철원 막국수ⓒ시민기자 서상경
그 첫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집은 철원 막국수이다. 3대 56년을 이어오며, 현재 3대 서태호 사장이 가게를 운영한다. 창업주가 고향인 철원에서 장사한 기간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그 기간 18년까지 포함하면 자그마치 74년의 역사가 된다. 6.25 전쟁 때 피난 와서 포천시장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그 후 고향은 휴전선이 그어져 북한 치하가 되고 영영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철원에도 같은 이름의 철원막국수 식당이 있다. 그곳과는 어떤 관계인지 물었더니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두 식당을 구별하기 위하여 포천 철원막국수라고 부른다. 지금은 호병골로 이전하여 손님을 맞고 있다.

▲고명을 얹은 철원 비빔 막국수ⓒ시민기자 서상경

▲지장산 막국수ⓒ시민기자 서상경
막국수 식당의 역사를 말하자면 지장산 막국수도 빼놓을 수 없다. 시작은 1966년으로 무려 53년의 세월이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2대 정학본 대표는 시원시원하게 대답을 잘해 주었다. 창업주인 어머니는 경상북도 경산에서 사셨는데 아버지가 직업군인이라 결혼하자마자 가계를 돕기 위해 막국수 식당을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은 87번 국도가 시원하게 뚫려 있지만, 예전에는 오지와 다름없었던 곳으로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손님들이 맛을 알아주고 꾸준하게 찾아주면서 30년 단골도 생겨나고 최근에는 모 방송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지장산 막국수는 원래 중리저수지 입구에 자리했었다. 최근에 도로가 확장되는 바람에 식당을 이전하게 되어 지금의 위치에 자리 잡았다. 이름난 식당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곳을 다녀간 연예인들과 유명 인사들의 사진이 식당 벽면에 빼곡하게 붙어 있다.

▲얼마 전, 방송 출연으로 더 유명해졌다ⓒ시민기자 서상경

▲운천 막국수ⓒ시민기자 서상경
포천에 막국수 식당의 역사로 이름을 날리는 곳은 또 있다. 인터뷰 요청을 위하여 두 번이나 찾아갔지만 사양하는 바람에 식당의 자세한 내력은 알 수 없는 운천 막국수다. 영북면 운천 버스터미널에서 300m 거리에 있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40년이 넘는 사업경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른 분이 운영하던 식당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앞선 역사를 포함하면 이곳 역시 50년이 넘는다.
겉으로 보면 규모가 작아 보이지만 아래층이 있어서 내부가 꽤 넓다. 특이한 것은 60대가 넘는 할머니들이 식당일을 돕고 있었다. 막국수의 풍부한 상식을 알려주는 등 매우 친절했다. 막국수집에서 돼지고기 편육을 같이 파는 것은 영양학적인 면에서 상호보완이 있어 상승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고 막국수와 무를 같이 먹는 것도 메밀의 소화를 돕기 때문이란다.

▲운천 막국수의 묵은김치와 편육ⓒ시민기자 서상경

▲다인 막국수ⓒ시민기자 서상경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직동리 다인 막국수다. 인터넷으로 오래된 막국수 식당을 검색할 때 50년 넘었다는 정보가 있어 찾은 곳이다. 창업주와의 인터뷰 결과 잘못된 정보라는 것을 알았다. 2대 16년째 운영 중이라 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6년인데 인터넷에 리뷰가 많이 달린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정직한 맛을 내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했다. 하루에 필요한 양을 그날그날 준비해서 음식을 내는데 국수도 직접 내린다고 한다. 다른 식당과 굳이 차이점을 들자면 메밀 싹을 올려주는 막국수라는 것과 메밀 쌈밥정식도 같이 차려낸다는 점이었다.

▲다인 막국수의 메밀 싹 막국수ⓒ시민기자 서상경
대충 만들어서 막국수일까, 막 만들어 먹는다고 해서 막국수일까. 그 이유야 알 수 없지만, 막국수는 오래전부터 강원도의 향토음식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지역적 특색을 가진 별미라는 구분은 사실상 사라졌다. 의병이나 화전민이 아니더라도 이제 누구라도 쉽게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원래 막국수는 닭 육수를 사용했다고 하나 지금은 동치미 국물로 맛을 내는 곳이 생겼다. 비빔 막국수의 경우 식당에 따라 양념장이 달라서 그 맛도 천차만별이다.
포천의 오래된 막국수 식당들도 자신만의 고유한 맛을 가지고 있어 각자의 색깔이 분명히 드러난다. 막국수 맛을 보면 묵은 된장이 깊은 맛을 낸다는 말이 틀리지 않음을 실감한다.
*포천 오래된 막국수 식당 정보
<철원 막국수>
- 주소 : 경기 포천시 호병골1길 16
- 전화 : 031-535-2278
<지장산 막국수>
- 주소 : 경기 포천시 관인면 중리 482-1
- 전화 : 031-533-1801
<운천 막국수>
- 주소 : 경기 포천시 영북면 영북로 215-1
- 전화 : 031-532-5748
<다인 막국수>
- 주소 : 경기 포천시 소흘읍 직동리 390-1
- 전화 : 031-543-99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