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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년에 접어든 포천 국립수목원 전나무 숲
2022-08-02 조회수 : 3055

시민기자 변영숙

 

ⓒ시민기자 변영숙

비 오는 날 은 숲속에 작은 교향곡이 울려 퍼지는 날이다. 누군가 비 오는 날 숲속을 산책하고 있다면 그는 분명 복받은 사람이다. 숲이 연주하는 자연의 교향곡을 온전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산을 맞고 떨어지는 빗소리는 마치 북소리 같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시냇물 소리는 부드럽게 연주하는 끝없이 이어지는 부드러운 바이올린 소리 같다. 비에 젖은 흙길을 밟는 소리는 콘트라베이스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나의 하루는 복받은 하루였다.

ⓒ시민기자 변영숙

비가 내리는 국립 수목원은 여느 때와 다르게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나 역시 비 소식을 듣고 수목원행을 망설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꼭 오늘 와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며칠 전 접한 '전나무 숲길 휴식년제'소식 때문이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다음 달 1일부터 2년간 광릉 전나무 숲길 일부 구간에 대해 휴식년제를 실시해 출입을 통제한다'라는 것이다.

ⓒ시민기자 변영숙

산림청이 밝힌 휴식년제 이유는 '방문객의 발길이 늘어나며 압력으로 흙이 다져지는 '답압'현상 때문이란다. 답압 현상이 일어나면 공기가 제대로 토양을 통과하지 못해 흙 속의 이산화탄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교환되지 못해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휴식년제가 실시되면 온전히 전나무 숲길을 즐길 수 없게 된다. 그러니 비가 쏟아져도 오늘 수목원으로 달려올 수밖에.

ⓒ시민기자 변영숙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

국립수목원 전나무 숲은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알려져 있다. 1927년 조림되었다. 천 년까지는 아니어도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지난해에만 95만 명이 수목원에 다녀갔고 대부분의 방문객이 전나무 숲길을 걸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숲이지 않은가.

수목원 입구를 들어서서 육림호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침엽수림이 조성되어 있다. 향나무와 가문비나무, 전나무, 소나무들이 이 숲의 주인공들이다. 전나무 숲은 육림호를 지나면서부터 약 200미터 구간을 말한다. 이 숲의 전나무들은 '천 년의 숲'으로 알려진 강원도 월정사 전나무의 종자를 가져와 육성했기에 더 의의가 깊다.

ⓒ시민기자 변영숙

침엽수원으로 접어드니 하늘을 향해 솟은 나무들이 반긴다. 사시사철 같은 모습이기에 더욱 반갑다. 그 나무들의 오늘따라 유난히 진한 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빗방울들이 바늘처럼 뾰족한 솔가지에 구슬처럼 붙어 있었다. 갑자기 구슬 꽃이 피어난 것만 같다.

고개가 꺾일 정도로 뒤로 젖혀야 그 끝이 보이는 전나무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숲길을 걸었다. 피톤치드에 더해 저절로 목 운동까지 되어서 좋다. 숲을 걷는 일은 다리뿐만 아니라 전신 운동이 되는 활동인 듯하다. 그러니 우울증이 치료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시민기자 변영숙

전나무 숲이 끝나는 지점에 도착하니 안내문이 하나 붙어 있다.

'2022년 8월 1일부터 2024년 7월 31일까지 2년간 답압 현상이 발생해 생육이 불량해진 전나무를 보호사기 위해 휴식년제를 시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안내문에 통제 구역이 정확히 표시되지 않아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어쨌거나 구간이 어디가 되었던 통제 구간이 생기는 것은 확실했다.

ⓒ시민기자 변영숙

비가 많이 오는데도 이상하게 전나무 숲에서 많은 사람들과 마주쳤다. 해설사와 함께 이동하는 그룹들도 여럿 목격했다. 그들 모두가 '휴식년제'소식을 접했던 모양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숲을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일 것이다.

ⓒ시민기자 변영숙

2년 후에 더 건강한 전나무 숲이 되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또 하나의 천년의 숲이 탄생하기를 기원한다.

ⓒ시민기자 변영숙

전나무 숲에 떨어지는 빗줄기마저도 다른 날과 달리 더 귀하게 느껴지는 수목원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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