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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비상!’ 포천 구제역대책본부를 가다
구제역과 막바지 사투…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주력
2010-01-28 조회수 : 8131
◇ 대책본부 ©

포천 시 구제역방역대책본부에는 ‘비상’의 아우라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 3주가 지났는데도 40여 명의 관계자들은 전화통을 붙들고 상황 점검에 분주했다.

“본부가 꾸려진 직후에 비하면 요즘은 한가한 거예요.” 그러고 보니 현장 근무자들 표정에 조금의 여유가 묻어난다.

구제역을 잡기 위해 24시간 씨름하고 있다는 대책본부는 최근 구제역 처리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다행히 구제역의 말로(?)는 아주 처참히 사그라지는 모양새다.

그간 구제역과의 사투를 벌였던 이야기, 그리고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농가 상황과 향후 전망을 이들에게서 생생히 들어봤다.

19개 현장, 철저히 챙기는 비상대책본부

◇ 포천시구제방역대책본부 전경. ©

포천시청에 자리한 재난종합상황실은 단독 건물로 우뚝 서 있다. 이 건물은 포천사상 첫 구제역을 총괄하는 대책본부다. 포천시장을 본부장으로, 공·관·군·경·민이 총 동원된 말 그대로 ‘종합’ ‘비상’ 대책팀이다.

조속하고도 적확한 대처가 급박한 사안인지라, 구제역 대처는 특정 지자체에 국한 되지 않는 법이다.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도 검역관을 파견해 기간 내내 기술지원을 하고 있다. 종합상황, 유통수급, 행정지원, 홍보 등 4개 분과로 나누어 19개의 현장 초소와 긴밀히 공조한다.

오전· 오후 두 차례의 회의를 통해 현장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조처한다. 실제 검역과 통제 등은 시군구에서 담당하고, 대책본부에서는 현장을 찾아 통제 사항을 감독·점검한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구제역 발생과 처리 등 중요상황을 알리는 것도 대책본부의 몫이다.

◇ 포천 내 총 19개 현장 초소를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이곳 대책본부 사람들에게서는 구제역 방역 마무리 단계임도 불구,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

대책본부의 특별한 아우라는 그간의 활동상에서 절절히 베인 긴장감이 때문이었다.

지난 1월2일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온 이후 조사 5일 만에 구제역 확정 판정이 났다. 바로 다음 날, 살처분(발생지역 500m이내)을 시작해 예방 도살 등 모든 살처분을 지난 16일에 완료했다.

물론 그 사이 소독과 구간별 이동제한 등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모든 조치를 취했음은 물론이다.

여기까지가 구제역 처리의 기본 대응이라면 살처분 그 후의 시간은 구제역의 향방이 걸린 매우 중차대한 단계다. 재발 여부를 지켜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구제역은 1주일의 잠복기를 거쳐 재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주간으로 본다. 그런데 포천시 대책본부에서는 여기에 1주일을 더 했다. 총 3주. 안전에 또 안전을 기하겠다는 지독한 안전주의다.

혹여 야외에 숨어 있을 한 마리의 바이러스라도 확실히 처리해 버리겠다는 의지다. 사실 이 같은 조처는 국내 구제역 발생시, 살처분 완료 10일 만에 재발된 전례도 하나의 요인이 된다.

구제역이 무서운 건 이렇게 난리를 치고 막아내는 데도 불구, 교묘히 방어망을 뚫고 나간다는 데 있다.

포천에서 살처분을 완료한 이틀 후인 18일, 연천에서도 구제역이 발견되고 말았다. 방역대책본부가 잠복 시기로 길게 잡은 또 다른 이유다.

이처럼 완벽에 또 완벽을 기해야 하기에, 25일 통제 농가를 그토록 방문하려했던 정운찬 총리도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혹한·주민불만도 차단의지 못 막아

◇ “방역대책본부 분들 정말 고생이 많아요.”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정석찬 박사는 대책본부 스텝들의 24시간 비상체제가 신속한 구제역 대처에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

방역대책본부에서 기술 지도를 하고 있는 정석찬 박사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파견한 검역관이다. 검역관은 2명씩 8일간 파견돼 오전 회의 후 10시부터 자정까지 근무한다.

현재 7일간 대책본부에서 상주한 정 박사는 국내 첫 구제역과 조류독감 발생 시 파견 경력이 있는 전문가다.

“과거 구제역이 처음 발생했을 때 사실 우리나라가 많이 헤맸죠. 처음 당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 때의 경험이 지금의 대처에 좋은 기반이 됐다고 봐요.”

그는 전문가의 시각에서 봐도 포천과 연천지역의 구제역 대응방식은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평한다. 무엇보다 혹한(酷寒)이라는 악조건을 극복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보통 구제역 소독효과는 영상 10℃에서 15℃ 정도일 때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 포천 구제역은 가장 추울 때 발생해서 매우 당혹스러웠죠. 그래서 생석회를 많이 쓰다 보니 주민 불만도 많아 어려움이 컸습니다.”

◇ 자식처럼 키웠던 가축을 구제역 확산 예방차원에서 살처분할 때 사용되는 생석회 가루 더미. 살처분 당시 주민들의 반발은 생각보다 격했다. ©

실제로 주민들의 불만은 대책반의 작업을 가장 힘들게 한 것 중의 하나였다. 특히 예방 도살에 대해 주민들이 반발은 생각보다 격했다.

“자식 같은 멀쩡한 가축을 처분을 한다고 하니 얼마나 속이 상하겠어요. 그래도 입지상의 문제로 고위험 군에 속하면 부득불 살처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책본부는 일주일 만에 도살처분을 완료하고 방제작업까지 끝냈다. 그리고 현재 3주 동안 재발 확률 ‘0’을 기다리고 있다.

“살처분을 모두 마친 지 이제 10일이 지났습니다. 이대로 신고 없이 3주가 지난다면 최소 설 명절 전에는 좋은 소식을… 아, 정말 그렇게 됐으면 좋겠는데요. 하하.”

정 박사의 흐려지는 말끝은 불확신이라기 보다는 혹시나 하는 노파심이 짙었다.

마의 10일도 별 일 없이 지났고 이천지역의 의심 신고도 25일자로 음성 판정이 났기에 핑크빛 전망은 그리 무리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약의 상황을 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이들의 운명이다. “현재 저희가 힘쓰고 있는 것은 현장 관리입니다. 철저한 통제로 바이러스 유출이나 확산을 확실하게 봉쇄하는 거죠.”

그래선지 최근 고위공직 관계자들의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자동차 타이어 소독, 방제 감독, 장비오작동 개선 등 유종의 미를 확실히 거두기 위해서 작은 것 하나라도 소홀할 수 없는 요즘이다.

설 연휴전, 확산중단 소식 들렸으면…

◇ 구제역 ©

구제역이라는 병은 발굽이 갈라진 동물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A급 전염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람에게 전염이 안 되고 익혀 먹으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

그런데 왜 비상팀까지 만들고 도지사까지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것일까. 심지어 국제적인 문제로까지 번지는 것일까.

“가축의 중요성은 생산성에 있습니다. 소나 돼지가 구제역에 걸리면 입과 발에 수포가 생겨 아예 먹지를 못합니다. 젖도 안 나오고 살도 빠지니까 생산성과 상품성이 떨어지게 되죠. 구제역 발생지역의 가축이 수출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전염으로 자국 가축의 생산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죠.”

정석찬 검역관의 말처럼 구제역 대처는 결국 농가 및 국가의 경제적 손실, 농축산업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크다.

이 때문에 경기도의 구제역 대처는 긍정적인 평가가 예상된다. 최초 신고부터 종결까지 혹한의 여건 속에서도 1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포천 일대는 아직 곳곳에 구제역을 실감케 하는 풍광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5명씩 24시간 구제역 통제를 맡고 있는 초소에는 생석회가 수북하며 도로에는 석회가루가 눈처럼 하얗다. 제2, 제3의 포천과 연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그들의 바람은 ‘설 연휴 전에 좋은 소식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

“이 바람이 이루어지고 세계동물보건기구가 인정을 해준다면, 우리나라는 다시금 구제역 청정지역의 지위를 되찾게 됩니다.”

27일이면 이곳 대책본부를 떠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으로 복귀하는 정석찬 박사의 이 같은 바람이 조만간 실제 낭보로 전해지길 고대해본다.

◇ 구제역 긴급방역 일지 ©

※문의 경기도 축산과 031-249-2652
※구제역 의심축 신고전화 1588-9060
※구제역 방역대책상황실 031-467-4368, 4362

글·사진 : 김희돈 기자 lefty72@naver.com

**본 기사는 G News+ 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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