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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훈장
2010-06-15 조회수 : 7400
원수희(포천시 신읍동)

ⓒ포천시
지난해 6월 25일 반월아트홀 대극장에서는 포천시 재향군인회(회장 윤춘근) 주최로 6.25전쟁 제59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관내 기관장을 비롯하여 대극장을 가득 메운 국가 유공자분들은 대부분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었다.

그 중에 한 분 나의 친정아버지가 계셨다. 올해로 82세이신 아버지는 지난봄에 대장암 수술을 받으셨다. 수술 후 회복도 더딘 상태이고 다리도 불편하셔서 외출 때에도 지팡이에 의지하시는 분이시다. 그런데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참석하시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모셔다 드리기로 했는데 그 날 아침에 오시기로 하신 아버지 친구 분은 오시지 않으셨다. 아버지 추측으로는 남에게 신세지기 싫어서 안 온 것 같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전쟁 중에 군대생활을 하셨다. 5년 동안의 군대생활을 강원도 인제, 원통지역에서 하셨다고 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텔레비전이나 서로의 대화중에 강원도 지명이 나오기만 하면 들었던 아버지의 군대생활 무용담. 지난달에 아버지는 당숙과 함께 사진관에 가서 원판 사진을 새로 찍으셨다. 그리고 국가유공자증을 옆에 넣은 커다란 액자를 만들어 벽에 걸어 놓으셨다. 그 후 돈이 많이 들었다고 말씀으로는 아깝다고 하시면서도 전혀 아깝지 않은 흐뭇한 모습으로 액자를 바라보시고는 한다.

아버지의 몸은 점점 늙어 가고 있으나 마음은 점점 여려져 가고 있다. 그 행사에 참여하신 많은 어르신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때는 젊은 목숨을 바쳐가며 나라를 지켰던 분들이시다. 외출 때에 잊지 않고 배지를 달듯이 그 분들 가슴속에 는 누군가가 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간직한 훈장들이 하나씩 있다.

아버지는 병원에 오시는 날이면 가끔씩 참전 용사 돈이 나왔다고 점심값을 얼른 내신다. 그리고 아주 뿌듯해 하신다. 그런 분들이 1년에 한 번 참여하는 6.25 행사장의 교통편은 연세 드신 어른들께는 번거롭고 불편했다. 또한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분들이 행사장에 도착했음에도 엘리베이터는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관계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엘리베이터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심 또한 차량으로 이동을 해야 했기에 나는 아버지와 막국수를 한 그릇 먹는 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벌써 6월이 되어 또 그 날이 돌아온다. 올해 아버지는 건강이 더 악화되어 행사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 아버지의 아쉬움은 클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연일 보도되는 천안함 사태는 남북한을 더욱 긴장 속에 몰아넣고 있다. 그래서 6.25를 겪으신 어른들은 걱정이 더 많다. 부디 남북한 모두 진정으로 가야 할 길을 슬기롭게 열어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올해 다시 행사장을 찾으시는 어른들께 좀 더 편안한 길을 제공하고, 그 분들 가슴속에 훈장들을 꺼내어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아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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