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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우리말 청첩장
2010-08-31 조회수 : 7112

김진순(포천시 자작동)

친구로부터 청첩장이 왔다. 유난히 일찍 결혼한 여고동창. 문학소녀라서 글쓰기와 책 읽기를 참으로 가까이 했던 친구였다.  그런데 청첩장 내용을 훑어보다가 그 문구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지금까지의 그런것과는 달리 정감이 가득한 순 우리말 청첩장이었기 때문이다.  내용인즉 이랬다.

ⓒ포천시
“두 사람이 다솜으로 만나 미쁨(믿음)으로써 옴살이 되려 합니다. 그동안 아껴주신 어른과 아음(친척), 벗들을 모시고 가시버시의 살부침(인연)을 맺고자 하오니 바쁘시더라도 꼭 오셔서 두 사람의 앞날에 비나리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두 사람 한살매(평생) 서로 괴오는(사랑하는) 마음으로 의초롭고 살뜰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이게 기본 문장이었다.

청첩장을 다 읽고 솔직히 그 뜻을 잘 몰라 득달같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피식 웃었다.  그게 제 딸애의 생각이라며 문구 내용을 토박이말로 바꾸어 알려줬다.

“두 사람이 사랑으로 만나 진실과 이해로써 하나를 이루려 합니다. 이 두 사람을 지성으로 아끼고 돌봐주신 여러 어른과 친지를 모시고 서약을 맺고자 하오니 바쁘신 가운데 두 사람의 장래를 가까이에서 축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런 뜻이란다.

지금까지 청첩장이래야 전문 인쇄소에 맡기면 그저 국화빵처럼 상투적인 한문 섞어 내용물을 장식해 왔다.  그러다보니 청첩장을 받아보는 사람들도 그저 “또 납세 고지서 날라왔구나”라고 생각하고 만다.

하지만 요즘은 청첩장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아름답고 독특하게 꾸미는 젊은이들이 많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듯, 청첩장 외형도 화려하고 독특하게 하니 받는 사람의 마음도 새로울 것이다. 외모를 새로이 하는 마당에 기왕이면 그 안의 내용도 이렇게 우리 토박이 말로 예쁘게 꾸민다면 결혼식을 축하해 주러 가고 싶은 마음도 더 생길거라는 생각을 해봤다. 

맛깔스럽고 혀에 착 달라붙는 듯한 우리말의 모시는 글이 더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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