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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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이 점심 식사하자는데 일정 어때요?” “괜찮아요.”
어느 날 서울에 나가 있던 남편과 주고받은 카톡 내용이다.
포천일고, 영북중에서 교장으로 은퇴하신 부부가 바로 옆집에 살고 있다.
이사 후 두 분을 초대해 집에서 식사한 적이 있다.
그 답례로 자리를 제안해 오신 듯하다.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는 막국수집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준비한 남도 끝자락에서 사 온 대봉을 드렸다.
60년 전통 막국수집에 도착했다.
수육, 녹두전, 만두가 먼저 나온다. 막걸리로 건배했다.
겨울 한정판 따뜻한 막국수도 먹었다.
자리를 옮겨 하얀색으로 꾸민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담소를 나눴다.
이야기 끝에 2월 초 3박 4일간 통영 여행을 가기로 했다.
두 분을 모셔다드리고 쌀 한 포대 받았던 마을 앞산 아래 사는 작가네를 찾았다.
외출 중이라 문 앞에 대봉을 놓고 왔다.
총각무를 받았던 관인 중리 벌판 앞 농장도 찾았다.
주인은 대봉을 싼 보자기를 받아 들면서 “아이고, 뭐 이렇게 귀한 것을.”이라 하신다.
그렇다. 이곳은 날씨가 추운 곳이라 감나무가 없다.
손님이 와 있길래 따뜻한 생강차를 마시고 나왔다.
발길을 돌리려는데 손수 제작한 파종 달력을 건네신다.
작은 텃밭에 감자, 고구마, 무, 배추, 시금치, 마늘, 가지, 고추, 상추, 파 등을 조금씩 기른다.
언제 심는지 늘 궁금했었다.
앞으로는 한국 최고 생명역동 농부가 만든 달력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
식사 자리 한 번 모셨는데, 더 많은 음식으로 대접해 주시고 추억 여행까지 가게 됐다.
몇 번 먹을 대봉을 나눴더니 열두 달, 아니 평생 사용할 농사 달력을 건네주신다.
매일 먹는 쌀, 맛난 총각무도 받았다. 이게 시골 인심이다.
포천 신교동 마을로 귀농하길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