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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바르고 출근한 남편
2011-11-04 조회수 : 12301
요즘 립글로즈는 립스틱인지 립글로즈인지 헷갈릴 정도로 비슷한게 많이 나온다.  유난히 건선 피부라 입술마저 잘 갈라지고 트는 우리 남편.

그런데 어느 날, 사단이 일어났다.
“얘들아, 아빠 립글로즈 어디 있는지 아니?”
남편이 출근을 서두르며 다급하게 외치자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고 했다.
“에이 안되겠다. 그냥 가자”며 막 나서는데 큰 딸이 “아빠, 제거 쓰세요. 저 오늘 외출 안하거든요”라며 제녀석걸 건네주었다.

그런데……. 남편이 그걸 낚아채듯 받아 쓰고 출근한 뒤에 생각해 보니 딸 아이가 쓰는 건 여성용이었기 때문에 립글로즈라기 보다는 립스틱에 가까운 제품이었다. 남자가 바르기엔 너무나 무리인 빨간 색이 짙은 립글로즈라는 걸 뒤늦게 파악하고서야 남편에게 부랴부랴 전화를 걸었으나 이게 웬일. 안방에서 “띠리리링”... 휴대폰마저 놓고 나간게 아닌가.


ⓒ포천시

그날 저녁...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은 울지도 웃지도 못한 표정으로 딸내미를 노려(?) 봤다. 우리는 사태를 예감했지만 그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 ㅋㅋㅋ
버스를 탔는데 사람들이 자기를 힐끗힐끗 보고 지나가더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남편은 별 생각 없이 서있었는데 자기 앞에 앉은 승객들도 유난히 빤히 쳐다봤다고 했다.

애가 둘이나 있는 중년의 넥타이를 맨 점잖은 신사가 입술에 짙은 빨간색을 칠하고 있었으니... 그것도 영문을 모른채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떡하니 서 있으니 지나가는 남녀노소가 쳐다보면서 얼마나 웃었을까.
남편은 그냥 수많은 사람들한테 아침부터 삐에로가 되어 ‘당하고’ 만 것이다.

그 사태의 심각성은 회사에 도착해서야 알았다고 했다. 회사 정문으로 막 들어서는데 경비 아저씨가 “박부장님... 저기”라며 불러 세우더라고 했다.
“왜요?”
“혹시... 저기 거울 좀”

사정은 잘 모르지만, 도무지 그럴 양반이 아니란 걸 아는 경비아저씨가 ‘문제 제기’를 하며 거울을 보라고 했을 때 비로소 ‘으아아아아악.........’ 상황이 종료됐다는 것이다.

“아니 아빠... 전화를 했는데 아빠가 휴대폰을 놔두고 가서용...”
넥타이를 푸는 아빠 옆에 간 딸내미가 머리를 조아리며 상황을 수습해 보려고 어깨를 주무르며 갖은 아양을 떤다. 그제서야 억울함(?)이 조금 가신 듯한 남편 “으이그 이 녀석을 그냥”이라며 녀석에게 꿀밤을 먹였다.

딸내미의 사소한 실수와 아빠의 ‘희생’ 덕분에 그날 우리는 한바탕 배를 잡고 웃을 수 있었다. ㅎㅎㅎ
                              
윤현숙(동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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