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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자절약

김석원(포천시 신읍동)

요즘 아이들에게 ‘물자절약’ 얘기하면 ‘자다 말고 요강 들고 나가는 소리’ 쯤으로 치부하고 말것이다. 먹는 것, 쓰는 것, 입는 것 모두다 차고 넘치는 세상이니 오죽하랴만 다른건 몰라도 기름 한방울 안 나는 나라 아닌가. 그것만이라도 좀 아껴서 썼으면 하는 생각에 옛날 얘기좀 해볼까 한다.

70년대 초 서울 구로동의 방직공장 총무과에서 말단 직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그때는 배고픔을 면해보자고 온 나라에 새마을운동이 불붙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때의 공장 사무실 사무용품은 그야말로 형편없었다. 서류의 재질은 몽땅 16절지 갱지였고 필기구는 볼펜 한자루가 고작이었다.

'가리방' 이라는게 있었다. 검정색 등사잉크를 묻혀 롤러같은 손잡이를 드르륵 밀면 마치 복사하듯이 계속해서 같은 문서를 찍어내던 수동식 등사판이다.  이때 문서를 등사하기 위해 많은 용지가 필요할 때면 총무계장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자물통이 달린 창고문을 열고 16절지 한타(500장)를 겨우 얻어낼 수 있었다.  그 싯누런 16절 갱지일망정 한 면을 쓰면 그냥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뒷면에 세금 정산 내역과 일일 면사 생산량 따위를 등사해 재활용해야 했다.

문서를 정리해야 할 때는 폐기해야 할 문서철에서 쓸 만한 이면지를 몽땅 추려냈고 흑표지나 철근까지 한 묶음 챙겨 다시 활용해 썼다. 볼펜 심 하나까지 다 쓴 것을 총무계에 보여주고 타 쓰던 때라 당시 총무과 직원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절약하며 근무했었다.

스위치 하나면 초등학생도 컬러 프린트 종이를 쭉쭉 뽑아내는 지금은 어떤가. 컴퓨터가 직원들 머리수대로 책상을 차지하고 있고 16절 갱지는 박물관에서나 찾아볼수 있을 정도로 고급복사지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쓰고 있다.  희디흰 고급 복사지가 문서철을 꽉꽉 채워 나가고 그보다 더욱 많은 양의 복사용지가 폐기돼 함부로 버려지고 있다.

그뿐인가.  요즘 컴퓨터, 프린터, 복사기, 선풍기, TV, 오디오 등등 모든 가전기기들을 전부다 주야장천 24시간 내내 콘센트에 꽂아놓은채 생활하는 가정과 회사들.  난 거기서 낭비되는 전기료(더 궁극적으로는 엄청난 기름낭비) 때문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문득 옛날 시절이 떠오르는 이유는 우리가 가난한 시절 풍경을 너무 쉽게 잊고 자만에 빠져 사는건 아닌지, 그 때문에 지금같은 무서운 불경기와 경제한파, 대량실업에 시달리는건 아닌지 자문자답 해봤으면 좋겠다.


* 본 에세이는 무궁무진 포천 302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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