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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지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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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농부로 살기 위하여
2013-10-03 조회수 : 3816


오늘로 벼 베기가 끝났다.(10월 3일) 못자리를 하고, 모내기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들판에 남은 벼는 없다. 이쯤 되면 추수의 기쁨으로 마음이 충만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올해 작황이 썩 좋지 않다. 아버지는 “(벼를 벨) 논은 없어지는데, 자루가 차지 않는다”고 했다. 과장된 표현이지만 흉년인 것은 확실하다. 하긴 올해 같은 날씨에 풍년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40일 넘게 장마가 지속됐고, 비구름이 걷히자 날은 좋은 게 아니라 뜨거웠고, 가을 태풍이 들이닥쳐 벼의 고개를 꺾어 놓았다.

농사꾼이 하늘을 원망하는 것만큼 미련한 짓도 없다. 햇빛 내려주고, 비 내려주는 게 하늘인데 어찌 그 하늘을 원망할 수 있겠는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람이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 순리이다. 그런데 올해 흉년이 그토록 안타까운 것은, 이것이 하늘의 뜻 때문에 그런 게 아닐 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긴 장마와 이상 고온, 이것이 자연스러운 자연의 변화란 말인가.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 아닌가.  또 이상기온이 올해만 벌어지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추수의 풍경도 뒷맛이 씁쓸하다. 요즘 손으로 벼를 베는 사람은 없다. 모두 콤바인이 한다. 요즘 나오는 콤바인은 성능이 매우 좋다. 5천 평이 넘는 논도 한나절이면 벨 정도로 우수하다. 그런데 기계가 좋은 만큼 가격도 비싸다. 1억을 훌쩍 넘는 콤바인을 감당할 수 있는 농민은 거의 없다. 결국 남의 콤바인만 바라보게 되었고, 어느덧 고가의 콤바인을 가진 사람이 가을철 들판의 ‘갑’이 되었다. 문득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 어느 날 벼 베는 값을 확 올려버리면 어쩌지?’ 다시 낫을 들고 논에 들어갈 수도 없고, 큰일이다.

‘아직까지는’ 할 만하다. 날씨도 이 정도면 괜찮고, 기계 사용료도 감당할 만하다. 그런데 괜한 상상이 사람 불안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쓰는 에너지량이 점점 많아지고, 쓰레기가 더 많아져 지구가 더 이상해지면 어떡하지?’, ‘농촌에 일할 사람은 없고 점점 기계가 대형화 되어가 사람이 아닌 기계(돈)가 땅의 주인이 되면 어쩌지?’ 땅은 농부 편이라 그러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그렇다고 손 놓고 좋아질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진인사대천명. 이 땅의 농업을 살리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포천시도, 나라도 농부와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시민기자 안효원(mmb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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