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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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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에는 문학관이 언제쯤 생길까!
포천 문인협회 문학기행에서
2023-07-06 조회수 : 805

시민기자 유예숙

 

문학기행을 떠나기 전날 길 떠날 생각에 괜한 걱정부터 앞서 잠이 오질 않는다. 하나의 섬에 덩그러니 놓이는 것도 아닌데 무엇을 걱정하고 고민하는지. 다 아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 분리불안증을 앓는 어린아이처럼 불안해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떠나기 전부터 혼자 갈등한다.

열아홉 살 적 문학소녀의 면모는 이미 세월에 묻혀 색 바랜지 오래 감성 빠진 밑 독에 채우지 못한 갈망으로 욕망만 넘쳐난다. 가볍게 다녀오면 될 일을 무엇이 나를 이토록 갈까 말까 갈림길에서 우왕좌왕하게 하는지.

ⓒ시민기자 유예숙

복잡한 우왕좌왕의 갈림길에서 선택한 문학기행 만남의 장소로 출발했다. 약속 시간보다 훨씬 앞선 시간에 도착했다. 이미 도착해 부지런함을 알리는 몇몇 사람과 인사를 나누며 앞자리에서 멀찍이 떨어진 뒷자리로 향했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닌데 한 해 두 해 건너뛴 것이 이렇게 어색하고 낯설어 해야 할 일인지 육십이 되는 나이에도 낯가림을 놓지 못했다. 언제나 그렇듯 다년간 경험한 레크리에이션 강사의 진또배기를 보여주는 문인협회 채 국장님의 다양한 준비와 어설픈 듯 매끄럽게 진행되는 게임 시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집 한 채 값 정도의 찬조와 준비한 상품권이 로또 이상이라는 너스레와 함께 이제 박인환 문학관에 도착할 시간을 초까지 적으라며 메모지와 볼펜을 나누어준다. 근사치에 가까운 사람에게 상품권과 현금을 몰아준다는 말에 상품을 탈 기대감으로 버스 안 분위기는 웅성거렸고 기대 가득함으로 눈은 반짝였고 귀는 쫑긋해진다. “그 상품권 내 것이니 침 바르지 말라”라는 둥 다양한 언변이 난무하며 버스 안에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7시에 출발하여 인제 문학관까지 예상되는 시간으로 9시 47분을 적고 행운을 빌어보지만 큰 기대 없이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두 번째 게임으로 네모 칸에 호명하는 이름을 무작위로 적어 맞추게 되는 빙고 게임으로 호명되는 이름을 내 방식대로 적었다. 호명될 때마다 동그라미가 연이어 쳐지며 가로 방향으로 다 맞았다. 와우 빙고!~ 옆 사람에게 용지를 주면서 상품을 받으라고 건넸다. 내게도 이런 일이!~ 우려했던 걱정이 보상처럼 느껴지며 잠시 마음이 뿌듯했다.

시간이 지나고 도착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예상 시간보다 버스가 천천히 또는 빨리 가주길 바라는 마음의 소리가 커진다. 이미 지난 시간의 기록자들 이름을 부르며 “탈락”이라고 말할 때마다 아쉬워하는 이와 기뻐하는 이로 나뉘었다.

게임에 몰두하다 보니 문학관에 도착했다. 빨리 시간을 공개하라며 목소리를 높이며 아우성이다. 10시에 가깝게 써 낸 사람에게 로또 이상의 상품권이 쥐어졌고 모두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버스에서 내렸다.

ⓒ시민기자 유예숙

발을 내딛는 순간 문학관 건물을 보니 부러움이 몰려왔다. 조형물이 볼거리로 앞세워 반긴다. 땅 넓이로 치자면 포천시도 만만치 않은데 얼마만큼의 크기라야 문학관을 지을 수 있을까. 능력도 없으면서 뚱딴지같은 생각이라 자책하며 문학관 건물로 들어선다. 왜 이토록 문학관의 목을 매는지 해설사님의 설명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생각의 꼬리는 길어지고 있다.

ⓒ시민기자 유예숙

필자가 아는 박인환 님은 목마와 숙녀로 내 마음 깊숙이 자리했었다. 열아홉 시절 그림과 꽃 편지지에 붓글씨체로 써서 많은 친구에게 건네기도 했다. 어느 가수 목소리의 낭낭함을 흉내 내며 카세트테이프에 녹음을 즐기던 시의 주인공이다.

필자가 태어나기도 전에 생을 다한 이의 삶에 안타까움보다 그의 감성을 따라 젖어보며 느끼고 싶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을 훌쩍 지나 그의 생 두 배를 살고 있는 지금 그의 문학관에서 꿈을 꾸고 있다. 포천에도 문학관이 있었으면 하는 꿈이다. 그 꿈을 위한 시작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조바심만 솟구친다.

ⓒ시민기자 유예숙

한 사발의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매콤 찝질한 안주로 밥이 오기 전 허기를 채운다. 평소 분위기 맞추는 정도로 권해야 먹는 술을 자처해 먹겠다며 들이켰다. ‘이렇게 맛있다니’ 시인처럼 시 한 수 나 올 듯한 분위기에 취해보는 점심이다. 육신의 배를 채우니 에너지가 넘쳐나는지 왁자지껄 모두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술기운에 눌릴 정도는 아닌데 묵직한 분위기에 음성조차 낼 기운도 나지 않는다. 문학기행에서 자극받아 좀 더 글쓰기에 힘써야겠다는 생각만 맴돌고 있다. 지금 나의 문학 주소는 어디며 잘 가고 있는지 깊은 생각에 빠져든다.

ⓒ시민기자 유예숙

박인환 문학관에서의 느낌과 다른 또 다른 문학관을 찾았다. 춘천에 있는 김유정 문학관이다. 시골 고향 집에 온듯한 푸근한 외향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자주 오면서도 해설사와 마주함은 처음이다. 차분한 어조의 설명에 빠져드는 시간 김유정의 작품 속에 나오는 어휘들과 장면이 그려지는 순간 진지하면서도 재밌다.

뽀뽀라는 표현이 김유정의 작품 속에서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고 국어사전에는 그 이후 기재되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그래서인지 아동스러워 더 예쁘고 아름다운 말 '뽀뽀'라는 생각에 자꾸 되뇌게 된다.

ⓒ시민기자 유예숙

문학기행을 다녀오며 그들의 생과 삶의 이야기보다 현실에서 이루고 싶은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매다 온 느낌이다. 물론 여흥의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던 장르다. 타 도시의 문학관이 점점 업그레이드되는 규모에 놀라움과 부러움으로 배 아플 지경이다.

‘인문학 도시'로 거듭난다는 포천은 언제쯤 문학관이 생길 수 있을는지. 그 시작은 어디고, 어떡해야 가능한지 답을 구하며 필자는 충실함으로 그날을 위해 배움에 열심을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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