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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이정식
올해는 어느 해보다 덥고 긴 여름이 이어졌다. 언론에서도 연일 호들갑을 떨 정도로 올여름 더위는 기승을 부렸다. 정말 기상이변이긴 한가 보다. 그래도 어김없이 계절은 돌아간다.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가 돌아간다던 과거 군대식 용어처럼 우리의 시간도 결국은 간다.
하지만 여름이 너무 더웠던 탓에 가을의 매력이라는 단풍을 보기 힘들어졌다. 포천이 단풍의 성지는 아니지만, 어느 해인가 운악산을 지나다 너무나 아름답게 물든 단풍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아 차를 세우고 한동안 넋을 잃고 쳐다본 적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아무리 운악산 옆을 지나다녀도 그런 감동적인 단풍 풍경은 보기 어려웠다. 어쩌랴 단풍나무들의 탓이 아닌 것을... 나무들에게도 올여름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가혹했을 것이다. 사실 아름다운 단풍을 감상하려면 여러 조건들이 맞아야 한다. 시기적인 요건과 습도와 온도와 등등 여러 조건들이 맞아야 우리가 원하는 그림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할 수 있다.
©시민기자 이정식
더운 여름을 탓하며 올해는 단풍을 보기 어렵겠다고 포기할 무렵, 우연히 포천동의 체육공원 앞을 지나게 되었다. 의외의 장소에서 울긋불긋 단풍이 병풍처럼 펼쳐진 것은 아니지만, 제법 아름다운 모습의 단풍을 볼 수 있었다. 원래 체육공원에서 단풍 구경을 할 수 있었던가? 전에 전혀 몰랐다. 여기도 단풍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워낙 보기 힘들었던 단풍이라 그런지 너무나 반가웠다.
이런 모습마저 고마울 정도로 올해 단풍은 정말 씨가 말랐다. 오죽하면 단풍의 성지라는 설악산마저 이번 가을은 그냥 패스한다고 하지 않던가! 특히 하늘에서 바라본 포천동 체육공원의 단풍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여기가 이런 멋진 비주얼을 가졌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제법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늠름한 장수 같은 느낌이었다.
©시민기자 이정식
포천 시민들, 특히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체육공원이 이 정도 뷰가 나온다니 여길 아예 더 아름다운 단풍공원으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올해 단풍 구경은 그나마 여기가 있어 다행이었다. 내년엔 몇 해 전에 느꼈던 운악산의 감동을 다시 맛볼 수 있을까? 기상이변이 없어야 할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