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이정식
무더운 여름철, 모처럼 저녁상이라도 차려볼까 하고 주방에서 움직이면 흐르는 땀을 주체하기 힘들 정도가 되곤 한다. 에어컨을 틀고 있지만, 모든 음식을 만들 때는 불이 필요한 법이니 열이 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엔 밥하기도 귀찮고, 먹기도 귀찮아질 경우가 많다.
ⓒ시민기자 이정식
사람들 진을 빼는 여름철 건강한 밥상을 지켜주는 고마운 친구들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쌈 채소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유난히 쌈 채소를 즐겨 드셨던 어머니는 여름이면 마루에 앉아 별다른 반찬 없이 여러 종류의 쌈 채소와 지극히 평범한 된장찌개만 놓고도 아주 맛나게 식사를 하셨다.
하도 맛나게 드셔서 같이 따라 먹곤 했는데, 어린 맘에는 이런 풀떼기를 왜 그리 맛나게 드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쌈 채소는 어른들의 별식이다. 입맛 떨어지기 쉬운 무더운 여름 시원하고, 싱싱한 채소를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맛과 영양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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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쌈 채소라 해도 상추나 깻잎, 알배추 정도가 상에 올랐지만 이젠 그 종류가 많아져 케일, 겨자, 치커리, 근대, 쑥갓, 트레비소 등 다양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 각각의 쌈 채소에는 여러 영양성분이 들어 있고, 맛도 다양하다. 섬유질이 많기 때문에 포만감이 있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우리가 이 모든 채소를 직접 재배하여 먹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요즘 포천에는 다양한 쌈 채소를 합리적인 가격에 내어주는 쌈밥집들이 많아 손쉽게 여름철 잃어버린 입맛을 쌈으로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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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을 좋아하는 취향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 종류의 쌈을 한꺼번에 싸고, 보리밥을 넣은 다음, 마늘도 큼직한 것 한 점 넣고, 된장찌개에 들어 있는 두부를 약간 잘라 넣는다. 만일 있다면 우렁된장을 짭짤한 정도로 넉넉하게 넣는 것도 좋다. 이렇게 크게 한 쌈 싸서 단번에 털어먹으면 그 맛이 그만이다. 정말 여름의 맛이다. 제육고기가 있어 한 점 넣을 수 있으면 더 푸짐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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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쌈 채소를 먹는다 해도 한국 사람은 국이나 찌개가 있어야 하는 법. 그래서 쌈밥은 이상할 정도로 된장찌개와 잘 어울린다. 싱싱하고, 다양한 쌈 채소의 여러 맛을 된장찌개가 가운데서 딱 중심을 잡아 준다. 이런 밥상이라면 분명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충분히 푸짐하고, 성대한 한 끼 식사를 약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