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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함께 한 포천의 가을
‘한탄강 자연생태경관단지 꽃정원’에서
2022-10-12 조회수 : 1836

시민기자 변영숙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어느새 거리의 가로수들도 노랗게 단풍이 들고 있었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끝 간 데 없어 높아진 푸른 하늘 위를 자유자재로 비행하는 양털 구름을 보고 있자니 어디든 다녀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문득 어머니와 함께 멀지 않은 곳으로 가을 나들이를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지간히 유명한 곳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어머니가 힘들어하실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고 여유롭게 어머니를 모시고 다녀올 만한 곳이 없을까’

ⓒ시민기자 변영숙

오랜 고심 끝에 낙점한 곳은 바로 ‘포천 한탄강 자연생태경관단지’. 집에서 편도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사람들도 그렇게 많이 몰릴 것 같지 않았고, 무엇보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꽃정원이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흔쾌히 동의하셨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람. 며칠 전까지도 화창하기만 하던 날씨가 나들이 당일에는 잔뜩 흐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기세였다. '꽃구경에는 날씨도 한몫하는데...' 다음에 날씨 좋을 때 가자고 하니 어머니는 그냥 가자고 하신다.

끄물끄물한 날씨에도 오랜만에 나선 나들이라서 인지 어머니의 표정이 무척 밝았다. 밖에 나오면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좀 더 자주 모시고 나오지 못하는 것이 죄송스럽기만 하다.

도심을 벗어나 가을 들판이 펼쳐지자 어머니는 마치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마치 소풍 가는 아이처럼 들떠서 이런저런 얘기를 끝없이 풀어 놓으셨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두렁을 지날 때에는 ‘벌써 벼를 다 베었네. 조금만 일찍 왔어도 노랗게 익은 벼를 봤을 텐데…’라며 아쉬워하셨다.

드디어 한탄강 생태경관 단지에 도착했다. 옆 동네 축제장은 차와 사람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지만 한탄강 생태경관 단지 주변은 더할 수 없이 조용했다. 잠시 꽃정원이 없어져 버렸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인적이 뜸했다. 사람이 너무 많은 것도 힘들지만, 너무 사람이 없어도 살짝 김이 새는 법이다. 그러나 실망은 잠시. 꽃정원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어머니와 나의 실망감은 반가움과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시민기자 변영숙

끝이 보이지 않는 너른 들판에 오색 꽃이 살랑대는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였다.

“세상에! 넓기도 하다! 이렇게 넓은 곳에 어떻게 이런 꽃밭을 만들어 놓았다니.!” 어머니는 봐도 봐도 놀라운가 보다. 왜 아니겠는가. 구획정리라도 한 듯 반듯하게 정리된 들판에 노란색, 빨간색, 분홍색, 초록색 꽃들이 하늘거리는 풍경에 어머니는 18세 소녀처럼 기뻐했다.

한탄강생태경관단지는 한 달 전 방문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지게 변신을 했다. 당시에는 황화코스모스만 보였는데 지금은 해바라기, 맨드라미, 메밀꽃 등이 무지개떡처럼 가득했다. 단지 초입에 조성된 ‘포천시 지역공동체 작가 정원’ 덕분에 볼거리도 한층 풍부해졌다.

ⓒ시민기자 변영숙

‘작가 정원’의 작품들은 독자적인 테마로 꾸며진 미니정원을 연상케했다. 한반도 모양의 꽃지도와 태극문양 주상절리, 여인상, 꽃을 배경으로 서 있는 귀여운 다람쥐 상, ‘꽃 피는 봄에 만나요’라고 속삭이는 어린 소녀, 꽃 속에 파묻힌 오리 등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시민기자 변영숙

그중에 어머니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커다란 노란 나비였다. 날개를 활짝 펴고 앉아 있는 듯한 나비 한 마리. 엄마는 그 나비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지 먼저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야~. 나비다~." 하면서 두 팔을 들어 올려 나비처럼 날갯짓을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천진무구한 아이의 모습이었다.

ⓒ시민기자 변영숙

노란색 해바라기 밭 앞에 설치된 ‘사랑합니다’ 포토존에서도 먼저 포즈를 취하셨다. 두 팔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환하게 웃는 어머니의 얼굴이 해바라기만큼이나 환하게 빛났다. 어머니가 꽃을 좋아하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좋아하실 줄은 몰랐다. 그만 가자고 해도 정원 가장 안쪽에 조성된 메밀꽃밭까지 기어이 다 둘러보셨다.

ⓒ시민기자 변영숙

곳곳에서 즐거운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울려 퍼져 나왔다.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 친구들과 추억을 쌓은 중년의 여인들, 삼삼오오 꽃길을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거닐었던 한탄강 생태경관단지의 꽃길...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 깊어가는 가을,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이 꽃정원을 선물해 드리고 싶다.


[한탄강 생태경관단지 꽃정원 이용안내]
- 찾아가는 길: 포천시 관인면 중리 526-1
- 일시: 2022.9.9(금) ~10.30(일)
- 편의시설 : 주차장 완비, 화장실, 공연장, 수유 시설, 전기 충전소, 벤치 & 퍼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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