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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버킷리스트가 생겼습니다.
2023-01-20 조회수 : 1556

시민기자 변영숙

 

파란 하늘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깃털처럼 떠다니고 설산은 말없이 길게 누워 잇다. 호수 위에는 유목민들의 텐트를 연상시키는 수상 카바나가 그림처럼 떠 있다. 너무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시민기자 변영숙

혹시 이곳을 외국의 작은 산악 마을로 추측한 분이 있다면 그분의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곳은 포천시 관인면에 위치한 냉정저수지이다.

ⓒ시민기자 변영숙

지난해 5월 처음 우연히 냉정저수지 근처를 지났다. 당시 목적지는 대교천 현무암 협곡이었다. 협곡을 보고 돌아 나오는데 논밭 사이로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 푸르디푸른 투명한 호숫물에 드리운 카바나의 반영이 왜 그렇게 멋져 보였던지. 꼭 한 번 다시 와 보고 싶었다.

며칠 전 포천에 많은 눈이 내렸다고 했을 때 냉정저수지의 풍경이 궁금해졌다. ‘눈이 내리면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카메라를 챙겨 들고 냉정저수지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상상이상이었다. 전날 밤 포천구리고속도로에서 큰 사고가 난 터라 걱정도 되었지만 도로는 이미 말끔히 수습이 된 상태였다. 교통의 흐름도 평소와 다름없이 좋았다. 다른 것이 있었다면 의정부시에서 포천 관인면으로 이어지는 도로상에 위치한 산들이 모두 흰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청성산, 천주산, 지장산, 명성산… 고작 내가 댈 수 있는 이름은 이 정도였지만 산들은 마치 끊어짐이 없는 하나의 긴 산맥처럼 이어졌다. 끝난 듯싶으면 또 다른 산이 뽀얀 얼굴을 드러낸다. 앞뒤로, 좌우로 나타나는 눈부신 설산을 보느라 운전 내내 ‘도리도리’모드였다.

ⓒ시민기자 변영숙

포천시 최북단 관인면에 위치한 냉정저수지는 한탄강의 지류인 대교천 협곡에서 멀지 않다. 저수지에서 대교천까지 대략 5분 정도 걸리지 않을까. 그리고 대교천만 건너면 강원도 철원이다. 개인적으로는 대교천에서 강원도 철원 쪽으로 10분 거리에 그 유명한 고석정과 순담계곡이 있으니 관인면은 포천시보다는 오히려 강원도권에 속하는 마을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시민기자 변영숙

드디어 냉정저수지에 도착했다. “우와. 역시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진부하지만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였다. 단단하게 얼어붙은 호수와 호수 너머로 굽이치는 설산, 빙판 위에 일렬로 늘어서 있는 목조 수상 카바나들… 이 풍경을 보고 누가 아름답다 하지 않겠는가.

세상의 모든 소음도 꽁꽁 얼어붙었는지 주위는 조용하기만 하다. 뽀드득 내 발자국 소리와 이따금 하늘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울음소리만 간간이 들려올 뿐이다. 풍경의 고요함 속으로 속절없이 빨려 들어간다. 참 아름다웠다.

ⓒ시민기자 변영숙

인가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호숫가에는 작은 교회와 펜션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낚시꾼도 펜션 손님도 없었다. 저수지를 통째로 빌린 것만 같았다. 집을 지키는 개 한 마리가 짖어댔지만 그 소리마저도 정겨웠다.

ⓒ시민기자 변영숙

한동안 조용히 눈을 밟으며 호숫가를 걸었다. 저수지 옆 논 둑에서 이따금 새들이 날아왔다가 다시 날아가곤 했다. 냉정저수지 일대는 겨울 철새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운이 좋다면 먹이와 쉴 곳을 찾아 줄지어 날아드는 새들의 무리도 볼 수 있다.


새해 버킷리스트 - 냉정저수지의 이른 아침 풍경 감상하기

카바나가 있는 호숫가로 내려서려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소리가 났다. “어떻게 오셨어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펜션 관리인이었다. “호수 풍경이 너무 예뻐서 구경하러 왔어요. 구경 좀 할 수 있을까요?”라고 하니 기꺼이 안내도 해 주었다.

ⓒ시민기자 변영숙

관리인의 말로는 겨울에도 카바나와 펜션은 정상 운영을 한다. 다만 지금은 소독과 내부 정리를 위해 며칠 동안은 예약을 받지 않는다. 구정 지나서 예약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시민기자 변영숙

관리인의 안내로 내부도 돌아볼 수 있었다. 수상 카바나의 내부는 원목으로 꾸며져 있어 마치 산속의 휴양림 느낌을 주었다. 침대와 테이블, 난방 난로, 바비큐 시설, 싱크대, 화장실까지 풀 옵션으로 숙박을 위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시민기자 변영숙

데크 앞에는 낚싯대 거치대가 놓여 있었다. 관리 사무실에서 낚싯대를 대여해 주고 미끼도 판매한다고 한다. 낚싯대 하나 올려놓고 하루 종일 호수를 바라보며 ‘물멍’에 빠져 볼 수도 있겠다. 그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니 너무 낭만적이다.

ⓒ시민기자 변영숙

“이곳은 아침이 제일 멋있어요. 여명이 밝아오는 풍경은 정말 끝내 줍니다.” 노을만 멋진 줄 알았는데 이른 아침 풍경이 더 멋있다니 꼭 한 번은 24시간을 이곳에서 지내봐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수상 카바나에서 지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포천시 최북단 관인면, 강원도와 경기도의 경계에 위치한 냉정저수지는 홍수 예방과 인근의 냉정 평야의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1922년 착공되었고 1945년에 완공됐다. 규모는 39만 제곱미터에 달한다. 현재는 유료 낚시터와 호숫가 펜션과 수상 카바나 등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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