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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관인의 풍성한 자연은 성찰의 시간을 준다!
2023-05-11 조회수 : 1071

시민기자 최순자

 

2021년 늦가을에 좋아하는 산과 노을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포천 관인으로 터를 옮겼다. 앞으로는 자식이 없던 부부가 100일 기도 후 자식이 생겼다는 종자산 일명 씨앗산이 손짓하고 있다. 눈을 돌려 오른쪽을 바라보면 먼발치에서 보면 마치 부처가 누워있는 듯이 보이는 지장산이 우뚝 서 있다. 뒤로는 고남산, 왼쪽으로는 수리봉이 펼쳐져 있다. 또 가까이에 한탄강이 흐른다.

ⓒ시민기자 최순자

이곳에서 지난해 첫봄을 보냈다. 아직 생업에 묶인 몸인지라 눈과 마음은 여유롭고 행복했으나, 절대적 시간은 부족해서 종종걸음이었다. 초봄에 진갈색의 산들이 연초록으로 물들어가고, 남쪽에서 매화, 산수유, 벚꽃 소식이 들려온 지 시간이 꽤 지나서였다. 내가 살던 주변에도 진달래, 복사꽃, 꽃잔디, 철쭉이 피기 시작했다. 마을 30여 호 집마다 온갖 꽃들이 만발했다. 온 동네가 꽃동산 같았다.

코로나19가 시작되던 2020년에는 조심스러워 아예 꽃구경을 못 했고, 2021년에는 늦게 구순 노모와 가까운 곳에 한나절 다녀왔다. 그때 노모는 "이런 것도 마지막이다." "징역 살다가 구경 잘했다."라고 했다.

지난해 봄에 같이 지냈던 노모에게 동네 꽃구경도 좋지만, 봄이면 역시 벚꽃이라는 생각에 벚꽃 구경이라도 시켜드려야지 하는 생각만 갖고 일에 묶여 미처 떠나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집 근처 낮은 산 주변에 하얗게 띠를 이루며 뭔가 피기 시작했다. 나중에 마을 주민으로부터 새로 주택단지를 만들며 일부러 벚나무를 심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시민기자 최순자

노모가 묻는다. “저기 하얀 것이 뭣이냐?” “응, 벚꽃”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노안으로 벚꽃으로 보이지 않고 그냥 하얀색으로 보인 모양이다. 그렇게 주고받은 지 며칠 뒤 벚꽃이 완연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지켜본 노모가 다시 입을 연다. “꽃들이 세월을 다툰다.” 그 세월 속에는 당신이 살아온 회한의 세월과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세월에 대해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세월은 다툰다.”라는 말을 듣고 얼마 남지 않은 노모의 삶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벚꽃을 보며 자연의 섭리를 생각했다. 벚나무는 이미 몸속에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연분홍 물감을 꽃잎뿐만 아니라 뿌리, 줄기, 가지, 이파리에 간직하고 있는 벚나무이다. 이를 알고 옷이나 손수건에 물감을 들이는 이들이 재료로 쓴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눈에 보이는 꽃잎만이 아니라 온몸에 아름다운 연분홍을 머금고 있는 벚나무를 보며 후대를 위한 어른으로서 역할도 생각해 봤다. 말로만이 아니라 생각부터 좋은 생각을 가져 벚꽃이 아름다운 연분홍 꽃을 피우듯 그리해야 해야 않을까 싶다. 포천 관인에 들어와 생각지도 않게 집 가까이 핀 벚꽃이 노모의 여생이 길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또 후대를 위한 나의 삶의 자세를 생각하게 했다.

법정 스님은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봄을 이루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은 이 봄날에 어떤 꽃을 피울 것인지 각자 한번 살펴보십시오.”라고 했다. 그렇다. 어떤 꽃을 피우고 꽃이 지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스러져갈 것인가.

포천에서 나고 자란 분이 이번 연휴에 찾아왔다. 그는 포천 자연 관광의 70~80%는 한탄강과 지장산을 품은 관인이라 했다. 그 말처럼 포천 관인의 풍성한 자연은 나에게 성찰의 시간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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