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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다른 해보다 그다지 춥지 않게 지나가면서 서민들의 시름을 덜게 했다. 그런데 춥지 않은 겨울 보다 더 반가운 것은 최근 계속되고 있는 저유가 행진이다. 겨울 난방에 주로 사용되는 등유와 천연가스, 벙커씨유 등은 모두 국제유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국제가격이 하락하면 자연히 우리도 그 혜택을 보게 된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이렇게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한 적이 없다는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수직하강 하더니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는 중이다. 지갑 얇은 서민들에게는 그저 기쁜 일처럼 보여서 난방비뿐 아니라 차를 몰고 주유소를 들어갈 때도 어깨가 펴진다. 그런데 왜 이렇게 국제유가가 하락하게 된 것일까? 앞으로도 이렇게 저 유가가 계속될까? 그럴 경우 우리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국제유가의 하락 이유
크고 작은 중동 분쟁이나 국제 정세 불안이 있을 때마다 유가는 급등을 했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을 보이며 장기적으로는 조금씩 올라왔다. 마치 부동산 가격처럼 오르락내리락 하긴 하지만 결국 상승곡선을 그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유가는 미국의 2차 이라크전 이전수준인 2005년 이래 가장 싼 것이다. 가장 높았던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때 141달러와 비교하면 거의 1/3토막이 난 것이다.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가격 하락을 미국과 OPEC의 힘겨루기에서 찾는 듯하다. 미국은 지난 한 세기 오일강국으로 전 세계 경제를 아우르며 맹주 자리를 지켰다. OPEC이 탄생하며 겪은 오일쇼크 이후로 그런 맹주의 자리를 내주는 듯 했지만 지난 2011년 신기술로 가능해진 셰일오일의 채취로 조금씩 생산량을 늘리며 다시 그 자리를 찾아 가는 모양새다.

러시아의 이런 어려움이 최근 경제상황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 다시금 디폴트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유가 하락의 원인이 이렇다면 과연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미국의 셰일오일이 아무리 신기술이라고는 해도 지금의 가격 수준이라면 모든 업체가 도산할 지경이라고 하니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은 어떤 방법으로든 채산성 수준인 70~75달러 선으로 유가를 끌어 올릴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예상이다. 거기에 러시아와 이란의 천문학적인 손해로 인하여 유럽 전체와 아시아에 경제적인 악영향이 가는 것을 좋아할 나라는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점도 더해진다. 하지만 결국 유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동인이 필요한데 중국의 경기 둔화, 일본의 아베노믹스의 한계점 도달, 미국의 금리 상승 등 대외 여건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동안의 유가 하락으로 인하여 미국의 여유가 생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면서 소비가 늘어나 조금씩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라 하겠다 .
저유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 입장에서는 유가 상승도 더 이상의 하락도 반길 상황이 아니다. 우리 역시 유가하락으로 수출 여건이 회복되고 많은 반사이익을 보긴 했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가 살아야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의 하락보다는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국민들이 내는 간접세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가가 내려가면서 그나마 서민들의 겨울을 따뜻하게 지켜주었다. 시기적으로 유가가 더 하락하는 여름이 다가오고는 있어 지금 당장 걱정할 수준은 아니겠지만, 결국 우리나라 경제 전반이 좋아져 서민들이 허리를 펴게 되는 것이 유가하락에서 오는 반사이익보다는 훨씬 중요할 것이다.
시민기자 이정식(jefflee200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