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다가와 부모님이 새해 달력을 집에 가져오시는 날이면 빨간 날을 세 보며 좋아하던 추억이 있다. 주말과 공휴일이 붙어 있으면 왠지 기분이 좋고 신나서 방방 뛰던 기억 말이다. 4월엔 식목일이 공휴일로 빨간 자태를 뽐내곤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달력에 적힌 다른 날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보건의 날, 과학의 날, 법의 날은 왜 빨간 날이 아닐까 하면서 말이다. 부끄럽지만 제주 4.3사건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달력에 표기된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인터넷을 통해 제주 4.3사건을 검색해보면, 원색적인 단어로 상대방을 비방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제주 4.3사건 관련 영상이나 기사에는 의례 추모의 글과 편향성을 중심으로 한 논쟁의 글이 달려있다. 요즘은 제주 4.3사건 희생자 재심의 사실 조사 문제로 한창 댓글 전쟁 중이다. 올해로 제주 4·3사건이 어느새 68주년을 맞았지만, 아직 진행형인 사건이다.

▲제주 4.3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의 평점. 최하점 1점과 최고점 10점으로 양분되어 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제주 곳곳에는 당시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그중 한 곳이 아뜬다랑쉬 오름이다. 가을 억새로 유명한 이곳 주변에서 4·3사건으로 폐촌 된 다랑쉬 마을(월랑동)과 지난 92년 4·3 희생자 유골 11구가 발견된 다랑쉬굴을 만나볼 수 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평화의 섬 제주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면이다.

*평화의 섬 제주 : 삼무정신의 역사적 유산, 4·3사건과 이에 대한 해결 의지,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국제자유도시 이미지, 한반도와 동북아의 공동평화와 번영실천, 평화를 창출·확산·정착하는 국제평화교류 거점화 등의 당위성을 근거로 평화의 섬으로 지정되어 있다. (법적 근거 : 제주특별법 제235조) 자세한 사항은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의 ‘세계평화의 섬 제주’란 범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우리나라 역사임에도 우리는 잘 모르는 4·3사건의 추념식이 열릴 것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3주간에 걸쳐 추모 기간이 운영된다. 억울하게 쓰러져간 무고한 이들을 추모하며 그들에게도 봄날이 찾아오길 빌어본다.

*제주 4·3사건이 궁금하다면?
제주 4ㆍ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 www.jeju43.go.kr
제주 4·3사건 홍보 동영상(출처: 제주 4·3 평화공원) : https://youtu.be/hW-aeZ3VPJA

시민기자 백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