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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사격장이 폐쇄되는 그날까지
2021-01-19 조회수 : 4383

시민기자 서상경


“지역주민이 아니면 누가 이 일을 대신해주겠어요.”

포천시 사격장 군 관련 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명숙 위원장은 힘주어 말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야미2리는 43번 국도변에 자리한 영북면의 작은 마을이다. 뒤편에는 불모산이 자리하고 있고 마을의 주민들은 대부분 축산업을 하고 있다. 미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일명 영평사격장) 뒤편에 있는 마을이기도 한데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을 떠나고 나이 드신 어른들만 고향을 지키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하여 고향을 등지는 현상이 심각한 것은 언제 어떻게 날아올지 모르는 도비탄과 유탄 때문이다. 그래서 고향을 지키고자 하는 일념에서 직접 발 벗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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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시민대책위원회 사무실  ⓒ시민기자 서상경

도비탄은 군부대의 훈련 중 소총이나 대전차포 또는 비행기에서 발칸포를 쏘았을 때 목표지점에 떨어지지 않고 돌아 맞아 튀어 오르면서 예측할 수 없는 곳에 떨어지는 탄을 말한다. 또 유탄은 탄약이 목표지점에 맞아 폭발할 때 사방으로 날아가는 파편 조각을 가리킨다. 이러한 도비탄과 유탄은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대단히 위험한 포탄이다.

그런데 야미2리에는 여러 발의 도비탄이 떨어지면서 위험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대전차포가 슬래브 지붕에 떨어져 사람이 기절하다시피 하고 축산농가에서는 소나 돼지가 깜짝깜짝 놀라 가축을 키우기조차 힘들었다. 그러하니 젊은 사람들은 이곳에 살려고 하지 않고 고향을 지키고 있던 주민도 도저히 불안해서 살 수 없다며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눈만 뜨면 포탄이 머리 옆으로 지나고 집주변에 떨어지니 마음 놓고 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참다못한 야미2리 최명숙 이장은 2014년 10월에 사격장 대책위원회를 만드는 데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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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사격장 입구  ⓒ시민기자 서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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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현수막  ⓒ시민기자 서상경

영북면 야미리는 도비탄과 유탄의 피해가 심하다면 영중면과 창수면은 소음과 진동피해가 크다. 또 이동면은 승진사격장 때문에 피해가 있어서 이곳의 주민대표들이 힘을 합쳤다. 사실 영평사격장은 1954년 한국전쟁이 끝나면서 불모산 자락에 자리를 잡아 우리나라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설치한 부대의 훈련장이다. 그 규모가 40만 평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그러나 주변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면서 훈련장이 유지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주민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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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원회 최명숙 위원장

그동안 7년이라는 세월 동안 활동을 하였으니 많이 개선되지 않았을까. 물론 개선된 점도 많다. 밤을 새워 새벽까지 무차별적으로 들려오던 포 소리와 총소리는 이제 사라졌다. 또 도비탄과 유탄의 횟수도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안전해진 건 아니었다. 최근에 일어난 주한미군 장갑차를 들이받고 탑승자 4명이 숨진 SUV 차량 사고가 대표적이다. 사건 초기 경찰은 운전자의 전방주시 태만이라는 한국인 운전자의 과실을 단정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따지고 보면 늦은 밤에 보호색으로 위장한 미군 장갑차가 일반국도를 호위 차량도 없이, 미등이나 후미경계차량도 없이 느린 속력으로 이동하고 있었던 점도 문제였다. 아직 사고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미군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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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게스 사격장 후문  ⓒ시민기자 서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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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선 표석  ⓒ시민기자 서상경

최명숙 위원장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그러자 단호하게 로드리게스 사격장의 폐쇄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현수막 시위, 주민들의 방문 시위, 불모산 정상 시위 등으로 오랜 시간 시위와 대화를 반복해왔지만, 주민들의 피해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사격장 주변에 살고 있는 민간인이 위협을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면 사격장 자체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시작되었지만, 포천시와 경기도, 정부도 도와주겠다고 나서면서 사격장 범시민대책위원회로 발전했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감시하고 시위해서 주민들이 안전하게 살아가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최명숙 위원장. 안보는 대한민국을 위해서 중요한 것이지만 포천시민이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영평사격장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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