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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태국친구의 무덤을 찾다.
태국이 한국전쟁의 유엔 참전국이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2012-06-21 조회수 : 6114
우리에게는 관광지로 유명한 태국이 1950년 한국전쟁에 유엔 국의 목적으로 참가하여 이 땅에서 전투를 치르며 귀중한 생명을 희생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비교적 많은 병력을 파견한 태국은 한국전쟁이 끝나고도 해당 지역에서 경계근무까지 수행하며 한국을 위해 정의의 파수꾼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에 1,296명이라는 전사자까지 있어 태국 내에서는 한국전 참전 용사회라는 조직도 있고, 태국군 사령관이나 국방장관 등이 해마다 한국전에서 전몰한 그들을 위로하는 제를 올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런 태국군의 참전 기념비가 바로 영북면 43번 국도변에 있습니다. 포천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건축물 때문에 처음에 눈길이 가다가 잠시라도 차를 세우고 보게 되면 이런 역사의 사실을 할게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1974년 국방부의 주관으로 지어지게 된 이곳은 유엔 참전국 중에서 육, 해, 공군 모두 참전한 몇 안 되는 태국군들을 기린다는 의미의 시설입니다.
태국군이 주로 전투를 치른 곳은 연천과 한탄강 일대로 그들이 활약한 지역 부근인 포천의 영북면에 이와 같은 기념비를 세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남의 나라의 전쟁에 참전해서 그것도 치열한 전투지역으로 유명했던 포천 일대의 전선을 지키며 그들이 흘린 피를 과연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요?
조금은 가파른 계단을 약간 숨이 찰 정도로 걸어 오르면 제법 넓은 참전기념비와 태국 전통 사원모양의 시설이 눈에 들어옵니다. 기념비 앞에서는 제법 큰 행사도 치를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고, 포천시에서 관리를 비교적 잘한 탓에 깨끗하고 질서 있게 잘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역사적인 장소는 꼭 나와는 좀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서의 일처럼 낯설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지금의 내 나이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이곳까지 와서 전투를 치렀을 그들을 생각하면 많이 숙연해집니다. 그런 것을 용기와 정의라고 꼭 거창하게 규정짓지 않더라도 고마움이라는 감정은 어쩔 수 없이 마구 올라옵니다.
불교국가로 유명한 태국답게 전사자들을 위한 사원의 의미로 이런 작은 불당을 지었을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언젠가 들은 적인 있는데 이 불당을 짓기 위한 자재들을 직접 태국에서 가지고 와서 만들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고마운 일을 해 준 태국군들을 위한 기념비가 전쟁이 끝나고도 한참이나 지난 1974년에야 만들어졌다는 것은 우리나라도 그 사이 참 그런 인사를 할 만큼 사는 형편이 녹녹치 않았었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불당에서 내려다본 43번 국도는 참 시원하고 힘차게 느껴집니다. 이 높은 언덕에서 전쟁 당시의 태국군들도 아래의 동태를 예의주시하면서 바라보았을지도 모를 입니다. 그리고 밤에는 좀 두려운 감정과 고향을 그리는 감정에 사로잡혀 이국 땅의 밤하늘을 쳐다봤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바라다본 그 길이 60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잘 사는 나라의 도로가 되었다는 것을 그 당시의 사람들은 전혀 상상치도 못했겠지요.
정말 의미 있는 장소로 이 태국군 참전비를 한 번쯤은 찾아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인 의미나 거창한 무슨 명분 때문이 아니라 그저 고마운 친구의 무덤을 찾는 그런 마음으로 말입니다.
시민기자 이정식 (jefflee20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