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다. 산지가 많은 포천에서도 오래전부터 농사를 중요시하며 선조들은 삶의 터전을 일구어왔다. 자급자족의 시대에서 이제는 수도권의 도시근교농업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2019년 현재 포천시 농업현황을 보면 5900여 농가수와 1만 4000여 명의 인구가 농업에 종사한다. 포천시 전체 인구의 10% 정도다.
소흘읍 송우리에서 채소 농사를 짓고 있는 현진 농장 윤건재 농장주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농사는 힘들다며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기피하고 있는 농사일을 그는 어떻게 정착할 수 있었는지 직접 농장을 찾아 얘기를 들어봤다.
▲농장 찾아가는 길ⓒ시민기자 서상경
송우리 태봉산과 아파트들이 바라보이는 넓은 들판에 그의 농장은 자리하고 있었다. 농사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도시에서 자동차용품 전문점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고령의 부모님이 농사일에 힘들어하시는 것을 보고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현진 농장에서는 비닐하우스에서 시금치와 열무, 얼갈이배추, 아욱 등을 계절에 따라 반복해서 생산을 하고 있다. 처음으로 농사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농산물의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400g짜리 아욱 한 단을 200원에 낸다고 치자. 한 상자에 50단을 담으면 10000원이 된다. 부모님과 셋이서 하루에 10상자를 만들 수 있었는데 운임비와 시장 통관 수수료, 농협 수수료, 포장박스비 등을 빼면 하루벌이가 20000원에 불과했다. 운임비를 아껴야 했고, 경매가는 생산 농장의 품질에 따라 그 가격이 달랐으므로 경매가를 높이기 위한 노하우를 뛰어다니며 배웠다. 그리고 여름철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일을 시작하고 저녁 8시 해가 질 무렵 마무리하는 생활을 반복하며 어느덧 14년 차 베테랑 농사꾼이 되었다.
▲비닐하우스 농사ⓒ시민기자 서상경
현진농장 윤건재 농장주에게 14년이 지난 지금은 어려운 점이 없는지 물었다. “일할 사람 어디 없나요? 사람 좀 구해줘요.” 하는 대답이 바로 나왔다. 현진농장은 46동의 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다. 시금치 등의 야채를 주로 심는데 채소가 크는 속도에 비하여 손이 부족하여 애를 태우고 있단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 몇 명이 일하고 있는데 적어도 서너 명은 더 있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하여 외국인의 입국이 중지된 탓이 크다. 그래서 농촌의 농장이라고 하면 농장주가 갑질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요즘은 외국인 근로자의 콧대가 높다. 농장주의 사인이 없어도 이직이 가능하다 보니 하룻밤 사이에 다른 농장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손길이 필요한 하우스 안ⓒ시민기자 서상경
현진농장의 하우스 46동은 그리 큰 규모가 아니다. 스스로를 소농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기본적으로 100동 이상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작은 규모의 농장이 인력난으로 곤란을 겪고 있을진대 큰 규모 농장들도 예외가 있겠는가. 여름에 바쁠 때는 일당 15만 원을 제시한 적도 있었다. 시금치 금값이 방송에서 떠들썩했던 적이 있지만 계절적 요인으로 생산량이 그만큼 줄고 인력이 확보되지 않아 수익이 나아지지도 않았다.
대파 같은 경우에는 뜨거운 여름날을 견디지 못하고 작물이 상하는 경우가 많다. 관리를 잘하고 제때 수확을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올여름은 유난히 채소 가격이 요동쳤다. 더위에 견디기 힘든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식물도 마찬가지였다.
▲현진농장 윤건재 농장주ⓒ시민기자 서상경
▲하우스 수확 현장ⓒ시민기자 서상경
발등에 떨어진 문제는 또 있다. 정부는 올해 1월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 기준이 강화되면서 외국인 근로자에게 비닐하우스 안에 설치된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농가에는 고용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미 상당한 비용을 들여 외국인 노동자들이 생활하기 편리하도록 주거시설을 갖추어 놓았는데 이제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주변의 다른 농장은 시내 아파트를 임차하여 보증금에 월세를 내며 외국인 근로자를 거주하도록 했는데 출퇴근 문제도 생기고 심지어 외국인 근로자가 불편하다며 원래의 숙소로 되돌아와 임차한 아파트는 비어 있기도 하다. 법적인 문제와 비용 문제가 더 골머리를 앓게 된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 숙소ⓒ시민기자 서상경
그 외에도 지하수의 계량기 문제, 종자 문제, 비가림 시설에서 흙의 수명 늘리기, 심지어 땅의 임차 문제까지 신경 쓸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할 것 없으면 농사나 짓지.” 하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인건비가 상승해도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과 법적인 문제와 각종 비용이 자꾸 늘어나고 있는 것이 농사를 고민하게 만든다고 말하는 윤건재 농장주. 농작물은 사람이 하는 대로 크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없지만 농사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뒷받침되었으면 좋겠다며 하소연했다.
포천의 야채가 가락동 농산물 시장에 30% 이상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천의 농사는 분명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포천의 농사일 규모 또한 만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2명의 자녀를 거느리고 부모를 모시는 가장으로서 앞으로도 농사일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정부에서도 농사짓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헤아려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