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커뮤니티 소식

  • 시민기자
  • 커뮤니티 소식
추운 겨울밤 집으로 가는 발길을 잡는 뜨끈한 우동과 짜장면
2023-12-11 조회수 : 395

시민기자 이정식

포천에서 보기 드문 것 중에 하나가 밤에 주전부리할 수 있는 포장마차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포천 시내에 간간이 풀빵을 팔거나 호떡을 파는 작은 노점상은 있지만 서민들이 즐겨 찾는 포장마차의 상징인 떡볶이나 가락국수 같은 먹거리를 파는 집은 없다. 간단하게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곳도 없다. 참 아쉽다.

ⓒ시민기자 이정식
 
그런데 송우리 시내엔 이런 부족한 포장마차 문화를 채워주는 집이 있다. 이름하여 차복분식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에겐 생소한 곳이다. 국민은행 건너편 택시정류장 바로 옆에 있다. 야식으로 먹는 우동과 짜장면이 이 집의 메뉴다. 출출한 속을 달래기에 부족함 없는 구성이다.
ⓒ시민기자 이정식
 
메뉴에서는 포장마차가 느껴지지만 여긴 어엿한 식당이다. 낮엔 장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말 그대로 애들은 모르는 집이다. 어른들의 휴식공간이자 밤에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룰을 깨는 일탈의 장소이다. 서울이나 의정부에 있는 야식집들과 달리 여긴 술도 판다. 그래서 여기를 포장마차 문화가 서려 있는 집이라 부르는 것이다.

식당 안은 아주 단출하다. 손님들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 다섯 개가 전부이다. 하지만 어떤 대규모 식당보다 더 아늑하고 편안하다. 이 집을 아는 사람들은 이런 식당 내부의 모습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거하게 취해서 오는 손님이 많고, 우동이나 짜장면을 순식간에 후루룩 먹고 나가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또 다른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다.
ⓒ시민기자 이정식
 
이날도 그랬다. 우리는 그냥 지나치려 했다. 추운 겨울밤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대로 가지 못하고 이 집에 들어가고 말았다. 들어가기 전엔 늦은 밤에 음식을 먹는다는 죄책감도 있고, 괜히 술을 더 먹게 될까 봐 망설이기도 하지만 일단 들어서면 그런 걱정이나 망설임은 다 날아가 버린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뿐이다.

그래서 결국 우동과 짜장면을 먹게 되었고, 술도 한 잔 더했다. 어찌 보면 밤에 해서는 안 될 치명적인 선택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동국물과 짜장면을 먹다 보면 행복한 생각이 든다. 뭐랄까 이런 작은 탈선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할까?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나면 스스로에 대한 변명으로 집까지 뛰어가자고 다짐한다. 물론 그러지 못하지만 말이다.
ⓒ시민기자 이정식
 
코로나 기간에 이 집은 한동안 문을 열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야식을 파는 집이기에 밤 9시 통금이 있던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장사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건재하게 문을 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심도 되고, 든든하기도 하다. 이런 밤 문화가 포천에 있다는 것이 사실 좀 고맙기도 하다. 가격과 맛을 떠나 이런 집이 있다는 것 자체가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 자주는 그렇지만 가끔 포천의 밤 문화를 즐기러 이 집을 찾아 나서는 것도 괜찮은 일이 아닐까 싶다.
OPEN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목록보기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평가 0명 / 평균 0
의견글 작성
의견글을 작성해 주세요.
최대 500자 / 현재 0자
  • 계산하여 답을 쓰세요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 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할 수 있습니다.
뒤로가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