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교육&복지

  • 시민기자
  • 교육&복지
관인 신교동마을 어르신들 <한 권의 사람책> 쓰는 중
2023-08-01 조회수 : 918

시민기자 최순자

 

“초복날 소나기는 한 고방의 구슬보다 낫다.”라는 속담이 있다. 더위가 시작되는 초복날 소나기는 광에 가득한 구슬보다 벼 성장에 필요한 단비라는 의미이다. 속담처럼 초복날 귀한 손님이 소나기를 몰고 본 기자가 운영하는 공명재학당을 찾았다. 포천책동아리네트워크 윤혜린 회장이다.

윤 회장은 포천시도서관과 포천책동아리네트워크에서 공동 추진하는 ‘생애주기별 독서문화 프로그램’ 얘기를 꺼냈다.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권의 사람책> 프로그램을 맡아 달라는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문화 소외 지역인 관인면과 영북면에서 진행했으면 하는 요청이었다.

나는 일찍이 글쓰기에 관심을 두고 노력해 왔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을 비롯한 전공서와 산문집, 기록집 50여 권을 출간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 어르신 인터뷰를 통한 책 만들기 사업을 몇 차례 수행했다. 지난해에는 경기문화재단에서 시행한 인생 외길을 걸어온 분 기록 남기기 사업에 선정됐다. 그때 포천 관인에 사시는 ‘풀피리 명인 오세철’ 선생 일대기를 인터뷰해서 공저로 <외길인생과 직업>을 펴냈다.

여생은 자연이 아름다운 포천에서 멋진 산과 석양을 바라보며 글을 짓고 책을 펴내고 싶다. “글을 짓고 벗을 사귀는 일이 인생 최고의 경지이다.”라고 한 연암 박지원 선생과 같은 삶을 살고자 2021년 늦가을 포천 관인에 터를 잡았다. 그 때문에 무엇보다 기쁜 부탁이기에, <한 권의 사람책> 작업을 쾌히 승낙했다.

문제는 ‘어떻게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할 것인가?’였다. 우선 내가 사는 신교동마을을 대상으로 모집해 보기로 했다. 반장님을 통해 25가구 주민에게 문자를 돌렸다. 1차로 반장을 포함하여 네 분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이후 도서관 측에서는 관인면 전체를 대상으로 했으면 했다. 그런데 10월에 개최할 ‘독서동아리 축제’ 행사에 맞춰 출판기념회를 한다면 시간이 넉넉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범적으로 마을 단위로 하기로 했다. 이후에는 영북면 어느 마을을 대상으로 해보는 것도 어떨까 싶다.

ⓒ시민기자 최순자

중복을 하루 앞두고 참가자에게 제공할 노트와 그림 도구를 마련하고, 공명재학당에서 마을주민 대상 설명회를 개최했다. 시원한 수박과 정남진 전남 장흥에서 홍어와 묵은 김장김치를 공수하고 막걸리도 준비했다. 주민 한 분이 맛난 옥수수를 협찬해 주셨다.

설명회가 끝나고 포천에서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박일화 대표가 주축이 되어 꾸린, 마을 친목모임 ‘이웃삼촌’ 회원 아홉 분 전원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먼저 의사를 밝힌 분도 이 모임 회원들이었다. 이후 3명이 더 참가하기로 해 현재 12명이 되었다.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움도 있겠으나, 가능하면 더 많은 마을 주민이 참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명회에서 경과, 일정, 취지와 더불어 자기소개, 유년기 추억, 행복했던 일, 아쉬웠던 일, 기억나는 사람 등 쓸거리 열 가지를 제시했다. 다음날 바로 단톡방을 만들어 글쓰기 팁, 예시 등을 제공하여 생각을 끄집어내는 작업부터 진행했다.

스스로 자신을 살아온 삶을 중심으로 사랑하는 배우자, 자녀, 손자녀에게 말을 한다는 생각으로 써보게 하고 있다. 이후 개별 인터뷰도 하고 있다. 벌써부터 강을 사이에 두고 달과 해를 그리며 먼저 떠난 배우자를 떠올리며 눈물을 짓는 분, "인터뷰 중 울컥했다."는 분, "아내가 쓴 글을 읽고 울었다."다는 얘기가 있다. 다 마친 후 소회가 무척 기대된다.

도서관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 참가 어르신들이 살아오신 삶의 성찰을 통해, 자신을 긍정하는 자아통합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다음 세대에게는 어르신들의 삶을 공감·이해하고, 귀감이 되는 점은 향유·전승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책동아리네크워크 윤 회장은 “아프리카 속담 중 ‘노인 한 사람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어르신들의 삶은 이미 한 권의 책이다. <한 권의 사람책> 작업을 통해 그분들의 삶이 깊이 있게 기록되고, 만들어진 책이 널리 읽히면 좋겠다. 포천시는 2018년 ‘책 읽는 도시’를 선포하고 독서 문화 확산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번 사업을 계기로 ‘책 쓰는 도시’로 나아가는 소망을 품어본다.”라고 밝혔다.

위의 소망대로 앞으로 포천 마을마다 책 쓰기 잔치가 벌어지길 기대한다. 각 마을은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통해 공동체가 살아나는 체험을 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각자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면서 여생도 그려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민선 8기 4대 시정 방향 중 하나가 ‘품격있는 인문 도시’이다. 책을 쓰는 도시보다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인문 도시가 있을까 싶다. 형식이 아닌 내용을 채우는 인문 도시의 지름길이라 본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좀 더 나은 나로 살아가면서, 이웃을 배려하고 사람이 살아갈 무늬를 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시와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내년에는 충분한 예산 확보도 기대한다.

 

OPEN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목록보기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평가 13명 / 평균 5
의견글 작성
의견글을 작성해 주세요.
최대 500자 / 현재 0자
  • 계산하여 답을 쓰세요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 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할 수 있습니다.
뒤로가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