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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최순자
푸른 용의 해로 불리는 갑진년 새해, 용의 전설이 가장 많이 깃들어 있다는 한탄강을 다녀왔다. 그중 인공미가 덜한 ‘멍우리협곡(명승 94호)’을 택했다. 이 협곡을 지나는 길 이름은 많다. 경기옛길 경흥길, 한탄강주상절리길, 한탄강세계지질공원길 등이다.
ⓒ시민기자 최순자
이중 옛것을 좋아해 ‘경흥길’이 맘에 든다. 조선시대 실학자가 쓴 문헌(신경준, 도로고)에 큰길 안내가 나온다. 한양을 중심으로 의주로를 시작으로 시계 방향으로 경흥로, 평해로, 영남로, 삼남로, 강화로가 있었다. 경기도에서 2012년부터 경기옛길로 재현했다. ‘경흥길’은 ‘경성’과 ‘함흥’에서 한자씩 따왔다. 2021년에 다섯 번째로 의정부와 포천을 잇는 길로 개통했다. 옛 선비들은 이 길을 통해 금강산 구경을 갔다.
ⓒ시민기자 최순자
차는 한탄강 하늘다리 근처 테마파크에 주차했다. 공간이 충분하고 무료이다. 대회산교 밑을 지나면 협곡길이 시작한다. 시작하는 길에는 메타세퀘이아가 양쪽으로 서서 환영한다. 시간이 지나면 담양만큼은 아닐지라도 동행인이 말한 것처럼 “명소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또 길에는 먼저 걸은 이들이 걸어 둔 길 이름 리본들도 보인다. 한탄강주상절리길이 만들어진 역사는 이렇다. 50~16만 년 전 북한의 오리산과 680m 고지에서 화산 활동이 있었다. 그때 용암이 평강을 거쳐 옛 한탄강을 따라 흘렀다. 용암은 식고 강물에 의해 침식 작용이 일어나 지금의 협곡을 만들었다. 이는 국내에서 유일하고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지형이다. 남한 쪽 한탄강은 84km로 북녘땅을 60km 적신 뒤, 오성산 아래 철원 연정리에서 남대천을 만나 포천, 연천을 거쳐 파주 임진강으로 흘러간다. 총 144km를 흐르는 한탄강은 멋진 자연을 볼 수 있게 길을 내주고 있다.
ⓒ시민기자 최순자
한탄강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현강역사문화연구소’ 이우형 소장은 “한탄강 전체 구간에서 ‘멍우리협곡’이 가장 원시적인 곳으로 종 다양성도 풍부하다.” “예전에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황금빛 수달이 살았다(여류담론 현사직설).”라고 한다. 이 구간을 걷다 보면 강 절벽 중간에 한탄강 수직절벽의 부분적 원형 하식 구조인 바위그늘(巖陰)이 보인다( 위 사진). 그 구멍 모양의 바위그늘은 옛 한탄강 높이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그곳에 수달이 살았단다. 그는 한탄강댐으로 협곡 원형이 변하는 것을 걱정하며, “한반도 대동맥 한탄강 미래상은 ‘멍우리협곡’ 처럼 보존해야 한다.”고 한다.
ⓒ시민기자 최순자
도중에 있던 멍우리캠핑장에는 겨울임에도 많은 이들이 찾고 있었다. 길가에 서 있는 참나무와 단풍나무 종류, 숲의 천이, 잎의 개수에 따른 나무 구분법 안내도 흥미로웠다. 협곡길 양쪽 길 중 전망대가 있는 쪽으로 갔다가 ‘멍우리협곡 탐방 안내소’ 옆 징검다리를 건너 반대편을 걸어 출발지로 왔다. 오는 길에 만난 화전민터는 ‘왜 사람들이 그곳에 살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사람의 손이 덜 간 자연을 품은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걷고 싶다면 ‘멍우리협곡’을 권한다. 여기서 소개한 코스는 왕복 한 시간 반 정도로 걷기 운동으로도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