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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사를 지키며 살자


 ‘부르르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놓고 청소를 하기 위해 빗자루를 드는 순간 식탁 위에 놓여져 있던 휴대폰이 유난히 세게 진동을 했다.

 “명희 엄마, 글쎄 말예요...”

 휴대폰을 열자마자 미장원 샘이 엄마가 떨리는 소리로 ‘글쎄 말예요’로 나를 긴장시켰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건너편 OO수퍼(수퍼 이름을 밝히기는 곤란하네용. 죄송ㅠ) 아줌마 말에요. 얼마전에 이혼 했대요 글쎄”

 이혼? 이혼이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흔히 있는 일이려니 했다. 하물며 근처 누군가 이혼했다는게 아침부터 그 가족도 아닌 동네사람들끼리 호들갑스럽게 유난 떨 일도 아니었지만, 유독 그 이혼 소식이 뉴스가 되는 이유는 그집 부부처럼 온 동네에 소문난 잉꼬부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건을 사러 가면 부부가 항상 웃는 얼굴로 동네사람들을 대해왔기 때문에 더 그랬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남편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걸까에 대한 궁상스런 생각에 젖다가 문득 그 많은 결혼식장의 ‘주례사’를 떠올려 봤다.

 수천군데 결혼식장에서 수천명의 주례분들이 쏟아내는 수만가지의 축복과 당부와 부부사랑에 대한 가르침의 말씀들을 다모아 책으로 엮는다면 아마 그보다 더 주옥같은 명저는 없으리라.

 하지만 부부가 살면서 주례사를 다 지키고 주례사대로 살아온 부부는 몇이나 될까 생각해 본다. 가끔 결혼시즌때마다 남의 결혼식장에 갔다가 주례사를 건성으로 듣고 오는날 문득 자신의 결혼식때 주례님 말씀을 떠올려 보게 된다.

 솔직히 우리는 살아갈수록 결혼식장에서 분명히 들었을 주례사를 말씀대로는 커녕 가르치고 타일러 주신 정반대되는 부부생활을 할때가 더 많다.

 
ⓒ포천시
천재시인 애드가 앨런 포우처럼 죽은 아내의 무덤옆에 오두막을 지어 놓고 낮에는 아내가 좋아했 던 꽃을 심고 아내를 그리는 시를 지으며 밤에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못이겨 술에 취한채 길거리 뒷골목을 헤매다 끝내 죽어간 그런 순애보는 흉내도 못낼 이기적 사랑밖에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공자와 인도의 마하마라타 서사시,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가 사랑에 대해 남긴 말씀중 우연처럼 똑같이 표현까지 일치된게 하나 있다고 한다.

 ‘네가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 그대가 바라지 않고 싫어 하는 것은 남에게 행하지 말라.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동서고금 최고의 성자 성현들이 남긴 최고의 주례사가 아닐까. 오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 는 신혼들에게 축복을 보내면서 ‘늘 주례사를 새기며 살자’는 문구를 책상머리에 써 놓기를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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