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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아이
2011-05-30 조회수 : 5004

박경옥, 신북면 심곡리

“엄마 나 심심해, 어떡하지.”

TV를 보다가 싫증이 나던지 놀러 오겠다고 밖에 나갔던 아들 녀석이 돌아와 하는 소리다.
겨울에 눈이 오면 몇 시간씩 눈사람을 만들고 이글루를 지으며 나름대로 시간을 보낸 것은 아이가 남달리 눈을 좋아해서 그렇기도 하다. 계절이 바뀌면 특히 개미와의 놀이를 좋아해 굴을 찾아 물을 쏟아 붓거나 흙을 덮어 격퇴시키는 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어릴 때는 또래들과 가끔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이젠 대부분의 아이들이 집에서만 들앉아 컴퓨터를 하거나 TV문화에 익숙해지고 학년이 높아짐에 따라 과외나 학원으로 아이들의 세계도 차차 바빠지고 있으니 함께 어울릴 틈이 없다. 이런 모습은 한 두 자녀로 축소되고 있는 가족형태가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할 것이다.

전에 함께 어울렸던 내 아이 친구들은 어쩌다 마을을 오가는 버스에서 훌쩍 커 버린 낯선 모습으로 마주할 뿐이다. 어쩌다 점점 이렇게 됐을까? 한때는 내가 내 아이를 중심으로 어릴 때 우리를 매료시켰던 전통놀이를 전수 해볼까 생각 했었다. 놀이의 룰을 정확히 알아서 한 가지씩 시범해 보이면 했는데 학교가 끝나면 어디론가 뿔뿔이 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좀체 그들의 단합을 기대할 수 없음을 알았다.

교육이 시대의 흐름을 거슬릴 수가 없으니 점차 국제 감각에 민감한 동량을 위해서는 아이들은 그리 바빠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젠 동네 꼬마들이 함성을 지르며 뛰어놀던 모습은 아주 먼 옛 이야기가 되 버렸다. 지난날 우리들은 학교만 다녀오면 가방을 휙 던져 놓고 밖으로 나왔다. 으레 그 시간 쯤 되면  모이기 시작해서 각자 선호하는 놀이에 몰두해 밤늦은 시간까지 집에 돌아가는 법이 없었다. 아이들의 숫자는 늘어나고 골목 여기 에는 이집 저집의 아이들로 북적 거렸다. 그때의 우리들은 놀이를 통해서 싸우기도 하고 화해도 하면서 앞으로 펼쳐질 사회라는 집단을  조금씩 배워 갔는지도 모르겠다.


ⓒ포천시

눈깔사탕하나가 그립던 시절 고무줄놀이는 대표적인 놀이였다. 고무줄을 많이 뭉쳐서 가지고 있는 아이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놀이에 참여하려고 뒤를 쫓아다니기도 했다.

우리가 즐겼던 놀이 중의 하나는 또 줄넘기 놀이였다. 새끼줄을 잡고 노래를 하거나 줄이 걸리지 않게 재빠르게 넘는 솜씨는 기술과 순발력을 요구했지만 하다보면 곧 익숙해졌다.

공기놀이는 또 어떠했는가? 손이 닳고 거스름이 일도록 땅을 헤치며 작은 돌들을 가지고 자기 땅을 더 많이 차지하려는 놀이 생각해보면 잘 조합된 이런 놀이들을 그 누가 구상해놓은 것 인지 지금 생각해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협동의 어울림이었다.

술래잡기도 그립고 특히나  땅바닥에 어떤 도형을 쓱쓱 그려 놓고 힘으로 몸을 부딪쳐 상대 팀을 선 밖으로 몰아내는 놀이도 있었다.

지난 시절의 놀이 문화를 생각하며 이이들의 지금의 모습이 좀 딱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변화 인 것을 이런 놀이문화가 지금의 아이들에게 재미는 없을 터이다. 더 신나고 즐겁고 스릴 있는 다른 세계가 그들을 유혹하고 있다.

소나기가 퍼붓는 날 이외에는 거의 밖에서 시간을 보냈던 지난날의 우리들의 모습을 그들이 모방할리 없다. 엄마가 밥 먹으라며 부르는 소리가 저 동네 어귀에서 들리는 듯하다. 꺼져 가는 연탄불을 쪼이며 우리는 엄마의 외침소리를 들으면서도 입담 좋은 아이의 이야기에 빠져 선뜻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런 날이면 엄마는 밥을 굶겨 재웠다.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남겨둘 음식도 없었고 버릇을 고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 다시 시절을 되돌려 이 땅의 아이들이 밝은 하늘아래서 뒹굴며 놀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글로벌에 동참해야 하는 우리아이들이 머리와 가슴이 조화로운 아이로 성장하는데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잠시 옛 시절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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